공동성명 도출 미지수…"공동성명 발표 못 하면 중·러만 좋은 일"
"러 겨냥 적대적 용어 쓰지말라"…美 친러행보에 G7 파열음공동성명 도출 미지수…"공동성명 발표 못 하면 중·러만 좋은 일"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경시 행보로 인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13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대응 방식 등을 놓고 파열음이 분출됐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간의 일시휴전 추진에 합의한 직후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그러나 AFP 통신에 따르면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별도의 회담을 진행한 캐나다의 멜라니 졸리 외무장관과 미국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떠한 용어로 정의할 것인지에서부터 서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졸리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러시아의 불법 침략에 직면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방법을 찾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모두 우크라이나의 정당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루비오 장관은 이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러시아를 향해 '적대적' 표현을 사용하는 걸 피할 것을 G7 회원국들에 촉구했다고 AFP는 전했다.
이처럼 간단한 용어 선택에서부터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결과 두 장관은 회담 후 성명을 내지 않은 것은 물론,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외교장관 회의는 시작 전부터 미국이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 편을 들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공동성명문 문구와 관련한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과 캐나다 양국 장관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자 외교가에선 우려한 대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기타무라 도시히로 외무성 보도관은 "G7이 공동 성명을 발표하지 못한다면 중국과 러시아 같은 국가에만 도움이 되며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원국 외교관은 현재 G7 내 의견 불일치 수준이 상당하고 "모두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공동 성명을 낼 수 있다면 놀라운 성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유럽의 평화는 힘을 통해서만 이뤄질 것"이라며 "2년이나 4년 후 유럽에서 더 많은 고통과 파괴, 전쟁으로 이어질 휴전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회의에 참석한 외교장관들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이달 11일 합의한 '30일 휴전안' 지지에 초점을 맞춰 우크라이나 문제로 촉발된 서방 진영의 균열을 덮는 방식으로 공동성명문을 작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AFP는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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