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최근 대법원은 프랜차이즈 및 가전판매 매장에서 음악을 틀어주는 것을 저작권 침해라고 판시하였다. 커피숍이나 주점 등 공공장소에서 저작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음악을 재생(공연)하면 당연히 저작권 침해이지만, 사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저작권법은 청중으로부터 공연에 대한 대가를 받지 않는 경우,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을 받지 않고서도 ‘상업용 음반(2016년 ’판매용‘ 음반에서 개정)’을 일반 공중에게 재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대상이었던 음반은 음반제작자가 디지털 형태로 발행하여 매장음악서비스 사업자에게 제공하고, 피고가 서비스 사업자로부터 전송받아 자신의 매장에서 재생한 것이었다. 음반제작자가 발행한 음반은 시중의 판매용 음반과 동일한 것이었는데, 피고가 재생한 것도 판매용인지 여부가 관건이었다.
이 사건의 하급심은 발행 시점의 판매용 성격이 그대로 유지되며 따라서 매장에서 재생된 음반도 판매용으로서 저작권이 침해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연하려는 자에게 제공된 음반이 복제∙전송된 때를 기준으로 그 성격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의 매장에서 재생된 것은 매장음악서비스를 위하여 복제한 것이므로 판매용이 되지 않으며 이를 재생한 것은 저작권 침해가 된다.
대법원 판단은 판매용 음반을 이용한 공연에 대하여 저작권자와 이용자의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조정한 합리적인 것이다. 음반제작사가 발행하는 음반은 시장에 판매할 목적이 대부분일 것이므로, 하급심과 같이 판단할 경우, 이러한 음반을 복제하여 재생하더라도 모두 사용료 지급이 면제되는 매우 불합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공연 사용료와 관련된 바람직한 저작권 체제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법이, 상업용 음반의 이용과 관련하여, 공연료 지급을 면제하는 이용을 원칙으로 하면서, 지급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용을 예외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이러한 저작권 체제에서는 공연권 사용료가 지급되어야 하는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해지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현재 커피숍, 생맥주 전문점, 단란주점 등이 시행령에 예외로 규정되어 있으나, 상당수의 장소가 사용료 지급이 면제되어 있어서 저작권자의 이익이 손상될 수밖에 없다.
둘째, 예외적으로 사용료가 지급되는 경우에도 그 수준이 선진국에 비하여 턱없이 낮은 것도 문제이다. 커피숍의 경우, 판결을 통해 월 2만 원으로 책정했던 금액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신탁관리단체의 사용료 징수규정 승인 과정에서 월 2천 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된 바 있다. 법원도 이러한 기준을 참고할 수밖에 없으므로 향후 저작권 침해에 대하여 적정 수준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
셋째, 상업용 음반의 이용에 대한 공연권 제한을 원칙으로 하고 공연권 행사를 예외로 허용하는 입법은 저작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저작권 원리와 배치된다. 이러한 입법은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이러한 제한에 대하여 저작권 제한원칙을 정하는 국제 저작권 질서를 위배한다거나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상업용 음반과 관련된 저작권법의 공연권 제한은 저작권자와 이용자의 이해관계를 균형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저작권자의 이익이 손상되는 방향으로 기울어진 제한으로서 적합하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POP 국가, 전체 저작권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및 고용 기여도가 각각 11% 및 8.5%, 경제규모 14위 국가의 위상에 적절하지 않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상업용 음반을 이용한 공연권 제한규정을 손질하여 공정한 저작물 이용과 함께 저작권자의 이익이 향상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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