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속초시가 동해안 대표 석호(潟湖)인 영랑호 일대에 1조 원대 규모의 관광단지 조성 계획을 밝히자, 지역 일각에서 "영랑호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14일 지역 시민단체인 '영랑호를 녹지공원으로 염원하는 사람들의 협의회'가 마련한 영랑호 개발 관련 시민 대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오후 속초시립도서관에서 '위기의 영랑호 생태적 보존과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선 이규송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가 '동해안의 보물 영랑호의 경관변화와 보전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또 염정호 강릉원주대 환경문제연구센터 소장이 '동해안 석호의 보전 한계와 영랑호 관리를 위한 정책 제언' 조항준 아주대 특임교수가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속초'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이규송 교수는 "영랑호는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 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석호 습지"라며 "우리나라 유일의 자연호로서 중요한 습지인 영랑호의 '람사르 습지' 등록 등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디.
이 교수는 "최근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동해안의 개발 압력이 집중되면서 영랑호 부교, 강릉 경포호 인공분수대 설치 추진 등 석호주변지역이 집중적인 개발 대상이 되고 있다"며 "도시생태 관리지역, 보전한계선 설정 등 도시계획 차원의 보전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조항준 교수는 "영랑호 주변 습지, 장천천과 골지천 등 주변 수계 생태환경을 복원하고 산불 확산 억제에 효과적인 활엽수림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를 마련한 보광사 석문 스님은 "영랑호는 현재 개발과 보존이라는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개발은 지역주민을 외면한 채 이익을 추구하는 일부 손에만 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랑호는 시민과 관광객이 소통하고 가족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차 없는 공원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영랑호를 현재의 모습에서 규제하고 녹색공원으로 보호해 다음 세대가 생명의 공간을 누리도록 천혜의 자연유산인 영랑호를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속초시는 앞서 지난 1월 대규모 민간투자 제안 사업인 ‘자연과 미래를 위한 새로운 변화, 영랑호 관광단지 조성’ 대형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해당 사업계획에 따르면 민간사업자인 신세계센트럴시티는 오는 2031년까지 7년간, 영랑호 일대 131만 8436㎡ 면적에 총사업비 1조 376억 원을 투입해 저층 빌라와 스포츠센터와 대규모 수영장, 뮤지엄, 스포츠&조각공원, 야외식물원(초화원) 등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