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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지도자의 자격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17 18:11

수정 2025.03.17 18:11

이설영 전국부 차장
이설영 전국부 차장
미키는 공동체에서 최하위 노동자다. 미키가 죽어도 다시 프린트하면 그만이다. 이기주의로 중무장한 독재자 마샬에게 미키 같은 최하위 노동자의 가치는 중요하지 않다. 마침내 각성한 미키가 독재자 마샬 일당을 물리치며 영화는 끝난다.

최근 극장에서 본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의 줄거리를 아주 간단히 요약해 본 것이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2054년이고, 공간적 배경은 우주지만 2025년 지금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공동체 위에서 군림하는 독재자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색다른 영화적 장치 속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수많은 독재자가 있었다.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독재자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또한 선거로 총통이 됐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된다. 반대로 수백년이 지난 뒤에도 성군으로 추앙받는 지도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세종대왕은 백성을 위해 한글을 창제했다. 백성들에게 새로운 농사법을 알려주기 위해 '농사직설'을 편찬했다. 풍년이 들면 세금을 많이, 흉년이면 적게 걷는 '공법(貢法)'을 제정해 농민들의 세금 부담을 줄였다. 측우기를 만들어 농사에 도움을 줬다. '향약집성방'을 편찬해 조선 전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를 활용한 치료법을 알렸다. 양반 중심의 경제체제를 가지고 있던 조선이라는 국가체제에서 쉽지 않은 길이었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에는 백성을 위한 '애민사상'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세종대왕 당시 조선은 가장 찬란했던 시기로 평가된다. 앞서 언급한 농업은 물론 문화, 천문, 국방 등 다방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미키17' 속 독재자 마샬과 세종대왕의 강력한 대비를 상기하게 되는 요즘이다. 지도자가 공동체가 아닌, 스스로를 위한 길을 택할 때 조직과 사회는 패망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어설픈 엘리트 의식과 개인적 욕망으로 무장한 지도자는 그래서 공동체에 위험한 존재가 된다.

'야만의 시대'였던 과거와 달리 그럴듯한 제도를 완비한, 지성을 갖춘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막연하게 믿고 있지만, 어쩌면 사익만을 추구하는 지도자들이 교묘히 구축한 세상 속에서 나 또한 또 하나의 미키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자조하게 된다.
더 똑똑하고 예리한 개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ronia@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