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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즉생 각오로 임하라"… ‘수시 인사’ 쇄신 예고 [삼성 '위기 돌파' 화두는]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17 21:19

수정 2025.03.17 21:19

임원진 향해 "전 분야 경쟁력 훼손"
삼성 초격차 리더십 복원 위기 극복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해 '사즉생(死卽生·죽기를 각오하면 산다)'의 각오로 과감히 행동할 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00여명의 삼성 전 계열사 임원진을 향해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고 질책하며, 고강도 경영쇄신을 예고했다. 이 회장은 쇄신책의 일환으로 크게 '특급 인재 확보'와 '기술 초격차 전략 재가동'을 지시하며, 임원 수시인사 카드를 집어들었다. 속도감 있게 삼성의 초격차 리더십을 복원하라는 주문이다.

17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이란 명칭의 임원 교육에서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며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재계는 이 회장이 전에 없는 '직설화법'으로 임원 수시인사, 일명 S급 인재 유치 등을 언급한 것을 놓고 고 이건희 회장의 위기돌파 방식을 연상시킨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삼성은 2016년 이후 9년 만에 전 계열사 임원 대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월 말부터 4월 말까지 두 달에 걸쳐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삼성 60개 계열사 임원 2000명이 순차적으로 '삼성다움'을 주제로 일종의 '정신 재무장' 교육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의 '사즉생' 발언은 '초격차 삼성' 타이틀이 위태로워졌다는 냉정한 현실인식에 기반한다.
핵심인 반도체 사업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지연, 글로벌 파운드리 사업 점유율 하락, 반도체 설계 등 전 영역에 걸쳐 본원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범용(레거시) 메모리의 부진과 HBM 납품 지연 등으로 지난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올해 1·4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