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협상카드로만 여겼던 재계
사업전망 수정…물밑 로비도 계속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들의 철회 호소에도 관세를 강행한다고 못을 박았다. 앞서 관세를 단지 트럼프의 협상 카드로 여겼던 기업들은 서둘러 사업전망을 바꾸기 시작했으며, 관련 전문가들은 재계가 그의 관세 의지를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사업전망 수정…물밑 로비도 계속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베라 최고경영자(CEO), 포드의 짐 팔리 CEO, 스텔란티스 존 엘칸 회장을 포함한 미국 내 3대 완성차기업 대표들이 지난 4일 트럼프와 비공개 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앞서 공급망을 지키기 위해 트럼프의 캐나다·멕시코 수입품 25% 관세부과 계획에 반발했다. 트럼프는 이날 통화에서 "모두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기업 대표들이 이전에도 비공개 창구를 통해 트럼프의 전방위 관세부과에 불만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브룩 롤린스 미국 농무장관에게 트럼프의 정책을 비난하는 기업들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NYT는 미국 3대 자동차기업 대표들이 트럼프의 4일 발언으로 인해 더 이상 정부와 다툴 수 없다는 점을 깨달은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해당 통화 이후 캐나다·멕시코 관세부과 품목 상당수에 관세를 유예했지만 다음 달 2일까지 기한을 잡았다.
NYT는 기업 대표들이 서둘러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전망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빌 라인시 선임고문은 트럼프가 대선 기간 내내 자신의 관세정책을 분명히 알렸다고 지적했다. 라인시는 "내 생각에 트럼프는 확실했다.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NYT는 러트닉을 비롯한 트럼프 2기 정부의 경제관료들이 대선 기간에 관세를 '협상 카드'로 묘사하는 바람에 기업들이 트럼프의 의지를 오판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트럼프가 진지하게 관세로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의 정부 고문은 트럼프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증시 호황에도 재선에 실패한 것을 보고, 관세 충격에 따른 증시 하락에 크게 개의치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단 기업인들은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보도에서 기업인들이 아직 트럼프의 감세 및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고, 정치적 공격을 피하기 위해 공개적 비난을 삼간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업들은 트럼프의 일방적 정책에도 로비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농업기업들은 농무부를 상대로 캐나다산 염화칼륨에 25% 관세 면제를 요구했다. 염화칼륨은 비료에 필수성분으로, 미국은 염화칼륨의 90%를 수입하고 있다. 트럼프는 해당 요구에 불평하면서도 면세 대신 세율을 10%로 낮추는 수준으로 타협했다.
이와 별도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등을 파악하기 위해 주요 기업들로부터 의견서를 받았으며 13일 기준으로 700건 이상의 서류를 접수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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