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임원 줄이고 신입 '0'…장기불황 석화업계, 인력 구조조정 '고삐'

뉴스1

입력 2025.03.19 07:27

수정 2025.03.19 09:41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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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장기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가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인건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당분간 시황 악화로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비용을 최대한 아껴 적자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중국 공세에 밀리고 있는 기초소재 분야 직원을 줄이려는 기조가 두드러졌다.

19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051910) 직원 수는 1만 3857명으로 1년 전(1만4470명) 대비 613명 줄었다. 사업부 중 석유화학 부문 직원은 1년 만에 363명이 줄어든 6161명으로 나타났다.



석화업계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많게는 수천억 원 적자를 내놓는 등 극한 상황에 몰리자 최후의 카드로 인건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영업이익과 직결되는 인건비를 줄인다면 적자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롯데케미칼(011170)의 지난해 직원 수도 4764명으로 1년 전(4958명) 대비 194명 줄었다.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009830)도 94명 줄어든 5910명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과거처럼 그룹 공채 대신 상시 모집으로 신입 사원을 뽑고 있는 만큼 계열사별로 모집을 조정하고 있다. 업황이 부진한 만큼 신규 채용을 당장 늘릴 이유가 없다는 현실이 반영됐다. 각종 부대 비용이 필요한 임원도 숫자를 줄이고 조직 슬림화를 단행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은 자연스럽게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LG화학은 1년 만에 2270억 원의 급여 줄였다. 한화솔루션은 464억 원을 아꼈다. 롯데케미칼의 급여 총액은 9억 원 늘었지만 전년 증가 폭(363억 원)을 크게 밑돌았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임원 재계약을 하지 않고 신입 채용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직원의 퇴사가 있는 경우 신규 채용 대신 전환 배치로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인력 구조조정 기조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의 계속된 증설 여파로 기초소재 인력이 과거처럼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대신 미래 사업을 고려해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에 연구개발 인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관련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취업 보장 조건을 걸고 장학금 지원 등 대학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인건비 절감 노력에도 각종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지정학적 리스크로 촉발된 해상 운임 급등이 판매및관리비 증가를 부추겼다.
LG화학의 지난해 판관비 비율(매출 대비 판매및관리비 비율) 16.5%로 전년(12.4%) 대비 4.1%포인트(p)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도 5.6%에서 5.9%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대외 변수에 따라 급등락하는 해상 운임을 통제할 수 없다"며 "인건비 절감뿐 아니라 연차 소진과 출장 최소화로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