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재민 이기범 기자 =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부분을 가린 채 검찰에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해당 보고서에는 경호처의 보안 관련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보고서에는 김 차장의 삭제 지시 내용이 포함됐으나 김 차장이 검찰에 증거로 임의 제출한 보고서에는 해당 내용이 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6일 서울고검 영장심의위원회에서 경찰의 김 차장 구속영장이 적정했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8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고검에서는 지난 6일 법조계·학계·언론계 등 전원 검·경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영장심의위가 열렸다.
구체적으로 김 차장은 지난해 12월 7일 경호처 직원에 곽 전 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비화폰 단말기 통화 기록을 삭제하라고 구두로 지시했다.
경호처 직원들이 '증거 인멸' 우려를 이유로 반발하자 김 차장은 "전체 단말기를 보안 조치하라"고 했다. 이에 직원들은 '경호처 보안성 검토 보고서'를 작성했고 김 차장의 지시 사항과 '데이터 삭제지시는 증거인멸 소지 있어 따를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을 이 보고서에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차장은 지난 1월 25일 군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화 기록 삭제 지시 항목을 가린 보고서 복사본을 검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영장심의위에서 김 차장이 검찰에 제출한 보고서와 김 차장의 삭제 지시 정황이 담긴 보고서를 비교하며 구속 필요성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심의위는 6대3으로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적정하다고 결론 내렸고 검찰과 경찰 모두 위원회 결정을 존중한다며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차장에 대한 네 번째 구속영장을 지난 17일 신청했고 서울서부지검은 전날(18일) 오후 특수공무집행방해, 형법상 직권남용,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차장의 신병이 확보될 경우 지지부진했던 '비화폰'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영장이 기각될 경우 수사 동력을 잃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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