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정치인이 수억원대 입찰에?…청년기획자 "시민 생계 침범"

뉴시스

입력 2025.03.20 17:21

수정 2025.03.20 17:21

광주 기초의회 의장 4억원대 입찰에 성공 "씁씁한 현실" 행정 지원 의존도 높은 문화기획자, 수주 하늘의 별따기 의회, 행정 견제 역할 잊었나 "사익 추구, 이해관계 상충"
(출처=뉴시스/NEWSIS)
(출처=뉴시스/NEWSIS)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행정 지원 의존도가 높은 광주 지역 청년 문화 기획자들이 기초의회 의장·의원이 동업해 수억원 대의 공공기관 입찰 사업을 따낸 것을 두고 "사회적 박탈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청년 문화예술 기획자 A씨는 20일 정치인의 대규모 입찰 성공을 두고 "정치인들이 시민의 생계 영역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행정 지원과 공공입찰에 의존해 생계를 영위하는 게 지역 청년 문화기획자들의 현실이라고 A씨는 설명했다.

그는 "입찰 장벽 자체가 높아 청년·소규모 기획 업체에는 입찰 참여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며 "공공기관 예술인 지원 사업으로 500만~1000만원을 받고 인건비·대본·연출에 쓰면 실제 기획자에게 남는 돈은 거의 없다. 업을 포기하거나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호소했다.



이를 고려하면 정치인의 수억원 대 입찰 참여는 공익에 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광주에서 억대 규모 문화 행사는 김치·프린지·충장축제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러한 대규모 행사를 정치인이 참여하는 것은 직위를 이용한 시민 '밥그릇 뺏기'이다"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파급력이 높은 정치인이 직접 입찰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면 심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공공기관 발주 용역을 맡는 일은 우리에게는 생계가 달린 일이지만 그들(정치인)에게는 제2의 월급인 셈"이라며 "씁씁한 현실"이라고 했다.

행정 감시·견제하는 의원의 역할을 경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간 문화예술 NGO관계자 B씨는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의장·의원이 사익을 추구, 이해관계와 상충되는 일을 했다"고 비판했다.

B씨는 "아시아문화전당이 해당 의원들이 관할하는 지역과 이해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며 "아시아문화전당이 지자체의 문화 중심 도시 조성 사업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입찰 참여를 지양해야 할 필요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지난 2018년부터 5·18민주화운동의 민주·인권·평화 가치 확산을 위해 5·18 희생자의 가족과 매년 '오월어머니의 노래' 합창 공연을 열고 있다. 이 대행 사업 규모는 4억7680만원이다.


광주 서구의회 의원이 의장이 운영하는 업체에 취업, 사업 총괄 프로듀서 자격으로 '오월어머니의 노래 국내외 공연 대행 용역' PT(프레젠테이션)에 참여했다.

공교롭게 의장의 사업체가 높은 점수를 받아 입찰 우선 협상 업체로 선정되면서 공직자의 영업 범위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은 PT 이후 뒤늦게 겸직 신고를 해 '겸직 신고 위반' 논란도 일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ein034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