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길어진 고금리에 이자도 못내… '깡통대출' 3조 넘었다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24 18:17

수정 2025.03.24 19:03

4대은행 무수익여신 15% 늘어
계엄사태 등 겹쳐 불확실성 증가
연말까지 부실대출 증가세 전망도
길어진 고금리에 이자도 못내… '깡통대출' 3조 넘었다

4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 규모가 1년 만에 15% 넘게 눌어나며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와 계엄사태 등에 불확실성이 커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에서는 탄핵정국 등으로 혼란이 이어지며 올해도 부실 대출 증가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각 은행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3조178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2조7526억원)보다 15.48% 급증한 수치다.



4대 은행 모두 무수익여신이 1년 전보다 증가했다.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KB국민은행(9231억원)이다. 2023년 말 7499억원에서 1년 새 23.10%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5289억원에서 6246억원으로 18.09%, 하나은행은 8678억원에서 9909억원으로 14.19%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6060억원에서 6401억원으로 5.63% 늘어나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 작았다.

무수익여신은 90일 이상 연체가 발생한 대출이나 이자 상환이 이뤄지더라도 이자를 수익으로 여기지 않는 부도 업체 등에 내준 대출 등을 의미한다. 이른바 '깡통대출'로 불리는 악성채무를 뜻한다. 경제가 성장해 은행의 대출자산이 늘어나면 무수익여신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무수익여신이 전체 대출자산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총여신 잔액이 404조6807억원으로 1년 전보다 7.78% 늘어나는데 그쳤다. 하나은행 역시 같은 기간 4.41% 증가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부담이 커진데 더해 대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해 돈을 제때 갚지 못하고 한계 상황에 몰린 차주들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무수익여신은 가계보다 기업대출에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기업대출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6554억원으로 전년(4934억원)에 비해 32.85% 급증했다. 이에 기업대출의 무수익여신 비율은 같은 기간 0.24%에서 0.29%로 0.05%p 높아졌다. 가계대출의 무수익여신 비율은 0.15%로 전년도와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우리은행도 기업대출의 무수익여신 잔액이 같은 기간 3571억원에서 4192억원으로 17.39% 불어났다. 무수익여신 비율도 0.20%에서 0.22%로 상승했다.

올해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상환능력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아세안(ASEAN)+3(한·중·일) 역내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0.4%p, 지난해 12월 전망치(1.9%)보다 0.3%p 낮은 수치다.

정국 불확실성이 길어지며 '환율 쇼크'로 기업들의 영업환경이 나빠질 것이란 점도 부담이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기각됐는 소식에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0원 부근까지 뛰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부터 국내 경기 상황이 계속 좋지 않으면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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