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이어 日 업체도 구조조정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전기자동차(EV) 등에 사용되는 전력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최대 업체인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등 미국·유럽 주요 기업이 잇따라 인력 감축에 착수했고,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투자를 연기했다. EV 시장 성장이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생산능력이 과잉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기업 간 협력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데 필수인 부품이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인피니언은 1400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추가로 1400명의 배치를 변경할 계획이다. 세계 2위 미국 온세미도 약 1000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3위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역시 조기퇴직자 모집을 실시할 예정이다.
르네사스는 2024년 10~12월기 공장 가동률을 약 30%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전 분기 40%에서 낮춘 것이다. 연내 수백명 규모의 인력 감축을 예정하고 있으며 2025년 초를 목표로 했던 야마나시현 고후공장 내 전력반도체 양산 개시도 연기했다.
구조조정은 부품과 소재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전력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미국 울프스피드는 올해 전체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약 1000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산켄전기는 EV 구동장치용 전력반도체 복합부품의 양산 개시를 당초 연내로 예정했으나 약 2년 정도 연기했다.
스미토모전기공업은 도야마현에 계획했던 반도체 소재 신공장 건설과 효고현 공장의 신라인 설치 계획을 철회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2024년 세계 EV 판매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약 1137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증가율은 2023년 30%, 2022년 75%에서 크게 떨어졌다.
전력반도체 재고도 증가해 미·일·유럽 주요 7개 기업 제품의 평균 재고일수는 2024년 10~12월기에 99일로 전년동기대비 18% 증가했다.
일본에서는 설비투자를 공동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도시바와 로옴이 약 3800억엔(약 3조4000억원), 후지전기와 덴소도 약 2100억엔(약 1조8800억원)을 공장에 투자할 계획이다. 덴소는 로옴에 일부 출자하며 제휴도 검토 중이다. 닛케이는 "기업 간 경계를 넘어 투자를 집중해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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