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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의성산불 발화 현장 조사…마을 이장 "성묘객 황급히 내려와"

뉴스1

입력 2025.03.29 17:08

수정 2025.03.29 17:08

29일 경북 의성군 괴산리 야산. 최초발화지점에 산림당국의 출입 통제 라인이 설치돼 있다.2025.3.29/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29일 경북 의성군 괴산리 야산. 최초발화지점에 산림당국의 출입 통제 라인이 설치돼 있다.2025.3.29/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의성 산불 나흘째인 25일 오후 경북 안동시 길안면 일대에 강풍이 불어 산불이 확산하며 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져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의성 산불 나흘째인 25일 오후 경북 안동시 길안면 일대에 강풍이 불어 산불이 확산하며 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져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의성=뉴스1) 이성덕 기자 = 경찰경찰청이 29일 경북 산불의 발화지로 추정되는 의성군의 한 야산을 찾아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이날 경북경찰청 관계자들은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의성군 괴산리 야산의 한 묘지에서 라이터를 수거하는 등 조사를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합동 감식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이날 괴산리 마을 이장을 만나 최초 발화 당시 성묘객을 마주친 상황에 관한 진술도 들었다.

이장 김정호 씨는 까맣게 타버려 아직도 쾌쾌한 냄새가 풍기는 묘지에서 기자와도 만나 "실화자가 황급히 산에서 내려왔다"고 지난 22일 상황을 설명했다.



이장 김 씨에 따르면 당시 오전 11시28분쯤 의성군 산림과에 산불 신고가 접수됐고 현장 확인을 위해 연기가 나는 쪽으로 걸어 올라가다 산 중턱에 주차된 군청색 BMW 차량을 발견했다.

당시 김 씨는 차량 옆에 서 있던 중년 여성에게 "뭐 때문에 이곳에 왔느냐", "불이 난 것 아니냐"고 묻자, 중년 여성은 "모른다"고 답했다.

불이 나는 쪽으로 100여m 올라가다 한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이 황급히 내려온 모습을 목격했다. 중년 남성은 김 씨를 보자 멈칫하더니 좌우를 살핀 후 황급히 산을 내려갔다.

수상함을 직감한 김 씨는 남성을 뒤쫓아가 "이곳에서 이탈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경고했다.

김 씨는 "당시 강한 바람만 불지 않았으면 빨리 잡을 수 있었을 텐데 동쪽으로 불이 순식간에 번졌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중년 남성을 산림보호법상 실화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이 남성은 야산에서 성묘하다 나뭇가지 등을 태워 불을 낸 혐의다.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을 초토화한 의성발(發) 대형 산불은 축구장 6만3245개, 여의도 면적 156개에 해당하는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며 역대급 피해를 남겼다.

지난 22일 의성에서 최초 발화한 산불은 태풍과 맞먹는 속도의 강풍을 타고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지자체 산야를 화염으로 휩쓸었다.


이번 산불로 영덕에서 9명, 영양 7명, 안동과 청송 각 4명, 의성 2명 등 헬기 조종사 고 박현우 씨를 포함해 모두 26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