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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자존심 되찾자" 이 악문 삼성... 시스템LSI 등 내부조직 뜯어본다[혁신으로 위기 돌파]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30 18:14

수정 2025.03.30 18:14

삼성전자가 사업 전반에 걸친 조직진단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이 약해진 분야부터 투자가 적기에 이뤄졌는지, 경쟁력 악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등에 중점을 두고 '현미경 진단'을 가동 중이다. '1등 자존심' 회복을 위해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고, 내부 체질을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DS) 부문 내 시스템LSI 사업부를 대상으로 정밀진단을 하고 있다. 진단 기간은 오는 4월 말까지로 알려졌다.

이번 경영진단 작업은 삼성글로벌리서치 내 경영진단실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삼성글로벌리서치 내 사장급 조직인 경영진단실을 신설했다. 경영진단실은 계열사나 주요 사업부 요청 및 자료를 받아 해당 조직의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이미지센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간 주요 시장에서 입지가 약화됐다. 이에 이번 진단을 통해 사업구조뿐 아니라 투자시점과 전략수립 과정, 인력운영 체계까지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시스템LSI 사업부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는 엑시노스 2600 개발 및 양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엑시노스 부활은 곧 삼성전자에 수조원의 비용절감 ALC 실적개선 효과가 있어 비메모리사업부(시스템LSI·파운드리)의 최대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단순진단을 넘어 본원 경쟁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최근 DS부문은 올 상반기엔 사내 FA(프리에이전트·자유계약) 제도인 잡포스팅을 열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그 대신 각 사업부 내 전열을 가다듬는다. 업계 관계자는 "잦은 잡포스팅이 주요 사업 부문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상반기 잡포스팅을 단행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올해는 하반기 FA만 운영하며 각 사업부별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에선 올 상반기까지 삼성의 내부 조직진단 및 조정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원들에게 주문한 '절박함'과 '수시 변화' 기조가 이제는 실무조직 진단과 기능단위 재편이라는 형태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전사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과가 미진한 부문뿐 아니라 향후 핵심 전환점이 될 분야까지 사전 점검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문 안에서도 세부 단위까지 뜯어보는 방식으로 경영진단이 바뀌고 있다"며 "진단이 끝나면 조직재편이나 실질적인 전략수정을 동반하는 구조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