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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美판매 차값 인상 불가피… 한국GM, 美수출 타격 [USTR, 韓 무역장벽 정조준]

최종근 기자,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01 18:16

수정 2025.04.01 18:24

관세 35% 터지나… 초비상
美,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 시사
삼성·SK하이닉스 못 받을 수도
현대차, 美판매 차값 인상 불가피… 한국GM, 美수출 타격 [USTR, 韓 무역장벽 정조준]
"도대체 관세를 얼마를 부과할지 까봐야 아는 상황이다."(국내 기업 관계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늦어도 2일(현지시간)까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3일부터 부과되는 25%의 품목관세(3월 26일 발표)에 국가별 상호관세까지 추가될 경우 말 그대로 관세폭탄이 투하되는 것이다. 가령 25% 품목관세에 10% 상호관세(추정치)가 더해질 경우 관세율은 35%로 상승하게 된다.

사실상 무관세 협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국내 車업계 '현지화·가격인상'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은 물론이고, 반도체와 의약품 품목도 초비상이다. 최소 25% 품목관세에 상호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미국 현지 거래가격 자체가 상승하게 된다.

현대자동차·기아·한국GM이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은 총 143만2713대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수출(278만2612대)의 51.5%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각사별 전체 수출과 비교하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비중은 46.6%, 한국GM은 84.8%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25% 품목관세에 이어 상호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대차·기아는 현지에서 수요가 많은 차종을 중심으로 '메이드 인 USA' 차량을 대폭 늘리기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관세폭탄 여파로 현대차는 이미 미국 현지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현지 딜러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현재의 차 가격은 보장되지 않으며, 4월 2일 이후 도매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변경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미 수출 비중이 80%를 웃도는 한국GM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한국GM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는 가격에 민감한 소형 SUV여서 25% 품목관세에 이어 상호관세까지 추가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사실상 미국 수출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도 부담 늘어날 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품목관세 및 상호관세 부과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의 대미 수출 비중은 비교적 적은 편이나, 관세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는 처지다.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7.5%다.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는 낮다.
문제는 여러 국가를 경유해 제조하는 만큼 상호관세 적용 범위와 기준이 복잡해져, 경우에 따라 관세부담이 더 과중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한 반도체과학법(반도체법) 보조금 재협상을 시사하고 있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보조금 액수 47억4500만달러), SK하이닉스(4억5800만달러)가 보조금을 아예 못 받게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추가 투자 요구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cjk@fnnews.com 최종근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