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기후대응댐 생기면 '괴물 산불' 진화 효과적일까 [팩트체크]

뉴스1

입력 2025.04.02 06:01

수정 2025.04.02 08:46

24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윤암리 한 야산 아래 민가에서 강풍을 타고 산불이 번지자 현장에 출동한 경상북도 119산불특수대응단이 진화하고 있다. 2025.3.24/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24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윤암리 한 야산 아래 민가에서 강풍을 타고 산불이 번지자 현장에 출동한 경상북도 119산불특수대응단이 진화하고 있다. 2025.3.24/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기후위기로 산불이 대형화하면서 화재 진화를 위한 수자원 확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물의 양 증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적절한 장비와 인력 체계, 그리고 전략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 짓는 '물그릇' 기후대응댐이 기후위기 재난의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다.

2일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이번 경북 산불은 한때 초속 27m 강풍을 타고 시간당 8.2㎞ 속도로 확산하며 여의도 면적의 166배에 달하는 4만 8238헥타르(㏊)를 불태웠다. 불길은 산비탈을 타고 빠르게 번졌고, 야간 진화 장비 부족으로 화세 제어가 늦어지면서 인명 피해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강풍, 그리고 대응 체계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산불 발생 배경에는 극심한 가뭄이 있었다. 2024년 12월~ 2025년 3월 경남권(부산·울산·경남) 누적 강수량은 평년 대비 절반 수준인 52.4%에 그쳤으며, 경북권(대구·경북)은 64.4%로 기록됐다.

여기에 소백산맥을 넘어오는 고온 건조한 서풍(푄 현상)과 순간최대풍속 초속 20m를 넘는 '태풍급' 강풍이 더해지며 불씨는 비화(飛火) 형태로 멀리까지 날아갔다.

진화 작업에서는 노후화된 장비와 전문 인력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경북 시군이 임차한 산불 진화 헬기 19대 중 13대는 기령이 30년을 초과한 노후 기체였으며 담수량 3000리터 이상 대형 헬기는 단 3대뿐이었다. 야간 진화 장비가 부족해 인력에 의존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산림청 공중진화대원과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등 전문 인력도 대형 산불 대응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자원 확보 문제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이번 산불에서는 주변 댐을 활용해 용수가 원활히 공급됐지만, 과거 사례에서는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다. 2022년 울진·삼척 산불 당시에는 헬기가 물을 담으러 30분 이상 이동해야 했고, 급히 학교 운동장에 이동식 저수조를 설치해 대응해야 했다. 이상훈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은 "현재 재난 시 댐 등 수자원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기후대응댐도 이러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그릇이 늘어나는 것은 필요하며 많을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담수 용량 증대와 수자원 확보가 산불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산불 발생이 연중화·대형화되고 있어 환경부와 산림청 간에 더욱 긴밀한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가용 수자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재난·환경연구부장은 "적재적소에 물그릇이 있는 것은 중요하지만, 장비와 인력, 예방 체계가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2025년 산림청 산불방지대책 예산은 전년 대비 46억 원 줄어든 578억 6900만 원으로 책정됐으며, 헬기 관련 예산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산불이 대형화·상시화되는 상황에서 초기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헬기와 야간 진화 장비 확보, 전문 인력 양성, 디지털 예측 시스템 강화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또한 이동식 저수조 확대와 같은 유연한 대응 장비 도입도 필요하다.

기후대응댐은 수자원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으나, 전체 재난 대응 전략의 일부이고 전반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지형과 기상 조건을 고려한 장비 배치와 전문 인력 양성, 사전 예방 체계 강화 등 종합적인 접근 없이는 '가용 수자원'을 두고도 대형 산불의 피해를 막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