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화마 이후 3년째 임시주택 거주하기도…"안정 안되겠지만 마음 굳게 먹어야"
"지금도 울렁울렁, 두근두근해서 산불 뉴스 안 본다"
[르포] 3년전 미리 겪은 울진 이재민이 전하는 위로…"그래도 살아진다"2022년 화마 이후 3년째 임시주택 거주하기도…"안정 안되겠지만 마음 굳게 먹어야"
"지금도 울렁울렁, 두근두근해서 산불 뉴스 안 본다"

(울진=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기가 맥히지만(막히지만) 사람은 사니더(삽니다), 우선 살고 봐야지…."
2일 오전 10시께,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2리.
이번 경북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영덕과 이웃한 이곳은 지난 2022년 3월 4일 발생한 대형 산불로 초토화가 됐던 곳이다.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마을 주택이 대부분 불타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그때 이 마을엔 이재민을 위한 임시주택 15동이 설치됐다.
산불 발생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1명이 임시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다른 이재민들은 2년간 임시주택 생활 후 지난해에 임시주택을 나왔다.

지난해 7월 임시주택 생활을 청산했다는 이복자(85) 할머니는 산불이 발생한 날짜를 정확히 기억했다.
번듯하게 지어진 마을 대피소에 모여앉은 할머니들은 이번 경북산불 소식에 가슴이 울렁거렸다고 입을 모았다.
이복자 할머니는 "임시주택에 들어와서도 (산불을 생각하면) 안정이 되지 않고 항상 마음이 불안했다"며 "지금 불나서 타는 거 TV에 나오는 거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주미자(80) 할머니 "우리 때는 9일, 10일을 탔다"며 "지금도 가슴이 울렁울렁, 두근두근해서 뉴스를 안 봤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이번 경북 산불에 피해를 본 이재민들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이복자 할머니는 "산불이 나고 체육관(대피소)이나 호텔 같은 곳을 돌아다니다가 임시주택에 들어갔다"며 "불편해도 할 수 없고, 불편하다고 일일이 어떻게 말을 하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시주택에 들어갈 때 필요한 게 어딨나"며 "도망쳐 나올 때 몸만 나와서, 임시주택 들어갈 때도 몸만 들어갔다"고 임시주택 입주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주미자 할머니는 "임시주택이 전기가 잘 들어와 난방은 잘되지만, 겨울에 춥긴 하다"며 "사는 데는 별 지장이 없지만 그래도 마음이 안정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이미자 할머니는 "그분들(경북산불 이재민)도 마음을 굳게 먹고, 살다 보면 다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며 "기가 막히지만, 사람은 산다. 우선은 살고 봐야 한다"고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발생한 경북 산불은 발생 149시간 만인 같은 달 28일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이 불로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에서 산불에 소실된 주택은 3천766채이며, 이재민도 3천318명 발생했다.
경북도는 현재 산불 피해조사 중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번 산불로 피해를 본 이재민들에게 이른 시일 내에 임시주택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임시주택 생활은 최대한 단기간으로 하며, 이재민들에게 실거주를 할 수 있는 주택을 지어 줄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산골에 사시는 분들을 모아 '콤팩트 시티(주거·상업·서비스 등의 기능을 한 마을에 집중시킨 도시)'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ps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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