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美, 칩스법 보조금 재협상 조짐…삼성·SK "7.6조 못 받나" 난감

뉴스1

입력 2025.04.02 15:22

수정 2025.04.02 15:22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 보조금 재협상을 공식화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보조금을 약속받았던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난감해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관세를 부과한다는 기조여서 공장 건설을 중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보조금이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투자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다만 칩스법 보조금은 한국뿐 아니라 TSMC와 인텔 등 대만과 미국의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투자가 이뤄지는 주 정부와 정치인들은 보조금 지급에 찬성하고 있어 보조금 정책이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美 상무장관, 보조금 보류 시사…칩스법 관할 새 행정기구 출범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해외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약속된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러트닉 상무장관은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가 지난달 초 미국에 1000억 달러 추가 투자를 발표한 사례를 따르기를 원하고 있다.

또 러트닉 상무장관은 보조금 지급보다 25% 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정부의 직접 지출 규모를 줄이면서 미국 내 반도체 제조 기반을 구축한다는 칩스법의 입법 의도를 달성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연방정부는 칩스법 보조금 재협상을 공식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상무부에 30일 이내 미국 투자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촉진 기구)를 설립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신설 기구는 상무부 내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국(CPO)을 책임지게 된다. 행정명령은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국이 이전 행정부보다 훨씬 더 나은 거래를 협상해 납세자에게 이득을 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명시해 칩스법 보조금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부터 제기됐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칩스법 보조금이 약속대로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셈이다. 칩스법은 미국에 반도체 제조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과 저리 대출,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법이다. 총지원 규모가 520억 달러에 달하고, 보조금 예산은 약 390억 달러 규모다.

삼성·SK, 불확실성 고조…해당 지역 美 의원들, 칩스법 지지

이미 미국 투자를 발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자체가 리스크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 2곳과 R&D 시설 1곳 등 3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47억5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HBM 패키징 공장과 R&D 시설 설립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보조금 4억58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삼성전자 테일러시 공장은 내년 하반기 양산 준비를 마칠 예정이고, SK하이닉스는 아직 착공 전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단 미국 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내 공장이 들어서는 주의 정부나 정치인들은 칩스법 보조금을 지지하고 있어 마냥 비관적이지는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텍사스 매체 '텍사스 트리뷴'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맥콜 하원의원은 지난달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칩스법을 "끔찍한 것"으로 지칭하고 폐지를 주장한 데 대해 "(대통령은) 즉흥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발언을 했으며,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존 코닌 텍사스주 상원의원도 "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이 아시아에 집중된 현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면 미국 경제는 대공황 수준의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칩스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텍사스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스트루먼트, 대만의 웨이퍼 제조업체 글로벌웨이퍼스도 공장을 짓고 있다.


인디애나주 토드 영 상원의원(공화당)도 "칩스법의 시행을 계속 최적화할 것이지만, 프로그램은 존속하며 좋은 결과를 계속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면 현지 일자리 창출 등 발전이 되니까 재협상을 하더라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뿐 아니라 대만과 미국의 여러 기업도 보조금 지급 대상"이라며 "미국에서 정치적으로도 결정할 게 많아서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