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팩트체크] 세계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부탄이다?

연합뉴스

입력 2025.04.03 06:55

수정 2025.04.03 06:55

자체 국민총행복지수 도입한 부탄 '행복 국가'로 알려져 부탄 최근 행복지수 감소해…HPI 중상위·WHR 하위권 WHR 8년째 세계 최고 행복한 국가는 '핀란드'
[팩트체크] 세계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부탄이다?
자체 국민총행복지수 도입한 부탄 '행복 국가'로 알려져
부탄 최근 행복지수 감소해…HPI 중상위·WHR 하위권
WHR 8년째 세계 최고 행복한 국가는 '핀란드'

부탄 사람들 (출처=연합뉴스)
부탄 사람들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마지막 샹그릴라', '행복의 국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여겨졌던 부탄의 행복지수가 급락하자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한때 '가장 행복한 나라'로 국내 언론에 크게 소개된 적이 있으며 우리 정부와 지자체까지 부탄의 행복 비법을 벤치마킹하려고 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했었고 지금도 행복한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탄 정부가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발표한 적은 없다. 하지만 1972년 부탄 국왕이 "국민총행복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가 국내총생산(GDP)보다 중요하다"고 선언한 이후 국민의 행복을 국가 정책의 중심에 두는 독특한 접근법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 주요 계기는 2010년 영국 신경제재단(NEF)의 조사에서 행복지수(HPI: Happy Planet Index) 1위를 기록했다는 보도였다.

이는 부탄을 행복의 상징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일반적인 행복 순위와는 다소 다른 기준이었다.

반면, 유엔 세계행복보고서(WHR, World Happiness Report)와 같은 전통적인 행복 지수에서는 부탄이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 이는 부탄 정부가 국민의 주관적 웰빙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강조하지만, 객관적인 경제적 지표에서는 낮은 순위를 보이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 부탄 최근 행복지수 감소해…HPI 중상위·WHR 하위권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말이 언제부터 나왔을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천 달러에도 못 미치던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등장한 것은 2010년 영국 NEF에서 실시한 'HPI가 높은 나라' 조사에서 부탄이 1위를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와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하지만 당시 이 순위는 현재 NEF나 HPI 지수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고, 최신 개정된 지학사 등 국내 고등학교 통합사회 교과서 '행복' 관련 단원에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HPI 지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최근의 HPI 지수는 2021년 결과로 1위는 바누아투(57.9점), 2위 스웨덴(55.9점), 3위 엘살바도르(54.7년), 4위 코스타리카(54.1점), 5위 니카라과(53.6점)였고 부탄은 50위(42.3점)였다. 조사 대상 147개국 중 중상위권 정도였다.

해피플래닛 지수 순위 (출처=연합뉴스)
해피플래닛 지수 순위 (출처=연합뉴스)

NEF의 HPI 지수는 다른 기관의 조사와 달리 방식이 독특해 이색적인 조사로 평가받고 있다.

HPI 지수는 지속 가능한 웰빙을 측정하기 위해 설계된 지표로 인간의 행복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결합한 독특한 접근법을 사용한다. 각국 주민의 자기 삶에 대해 느끼는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와 평균 기대 수명, 소비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연 자원의 양을 합산한 지수다.

간단히 말해서 환경 지속 가능성과 국민의 웰빙을 중점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GDP보다는 자원 효율성을 중시한다. 일반적으로 청정한 생태 국가일 경우 높은 순위를 받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언론에서는 공신력이 있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웰빙 연구센터와 갤럽,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세계행복보고서(WHR)를 주로 보도하는 편이다.

이 보고서는 소득, 자유, 신뢰, 건강한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관대함 등 6가지 주요 변수를 기준으로 행복한 국가 순위를 매긴다.

2025년 WHR 1위는 행복 점수 7.736점을 받은 핀란드로 8년 연속 가장 행복한 국가에 올랐다. 2위는 덴마크(7.521점), 3위 아이슬란드(7.515점), 4위 스웨덴(7.345점)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WHR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부탄의 경우 WHR 순위가 2014년 79위, 2015년 84위였다.

세계행복보고서 부탄 (출처=연합뉴스)
세계행복보고서 부탄 (출처=연합뉴스)

2015년 부탄 총리는 월간 '미트 더 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매우 행복한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지만 어떤 경우에는 행복할 수 있지만 세계화와 소셜 미디어 시대에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우리는 경제, 실업, 민주주의에 대한 높은 기대, 행복 수준을 바꿀 다른 분야에서 우리만의 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 국가로 주목을 받았던 것은 다른 나라와 달리 자체적으로 개발한 GNH를 통해 국민 행복을 측정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GNH는 부탄 고유의 철학과 정책 도구로 국민 행복과 웰빙을 다차원으로 측정한 지표로 국민의 주관적 행복감이 강조된다.

GNH는 심리적 웰빙, 건강, 교육 등 9개 분야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접근법이다. 부탄 연구 및 국민총행복 센터가 2015년에 실시한 GNH 조사에서 부탄 국민의 91%가 행복하다고 답했다.

부탄의 학생들 (출처=연합뉴스)
부탄의 학생들 (출처=연합뉴스)

GNH 지수에는 심리적 안녕, 건강, 교육, 시간 사용, 문화적 다양성 및 회복력, 선의의 거버넌스, 지역 사회 활력, 생태적 다양성 및 회복력, 생활 수준이 반영돼 점수가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WHR 등 국제기관의 행복 지수 평가에서는 부탄의 낮은 1인당 GDP 등 경제 상황이 지표로 반영돼 부탄의 순위가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탄은 경제 성장과 환경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청년 실업, 도농 격차, 기후 변화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예전의 '행복한 나라'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아 보인다.

◇ WHR 8년째 세계 최고 행복한 국가는 '핀란드'
그렇다면 공신력 있는 WHR 순위에서 8년째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오른 핀란드는 어떨까.

핀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평가되는 이유는 경제적 안정성, 강력한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 높은 건강 수명, 자유로운 삶 선택권, 관대함, 그리고 부패가 적은 사회 구조 등 다양한 요인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북유럽 특유의 복지 모델과 결합해 지속해서 높은 행복 점수를 유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로 유명한 북유럽 선진국 중의 하나인 핀란드는 WHR의 6가지 지표인 1인당 GDP, 사회적 지원, 건강한 기대 수명, 삶의 자유, 관대함, 부패에 대한 낮은 인식 등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핀란드는 경제적 안정성과 높은 소득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민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 삶의 질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WHR 조사에서 핀란드 국민의 96%가 어려운 상황에서 의지할 사람이 있다고 응답하는 등 강력한 사회 유대와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었다.

핀란드 거리 풍경 (출처=연합뉴스)
핀란드 거리 풍경 (출처=연합뉴스)

또한 핀란드는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건강한 생활 환경으로 국민들 기대수명도 높다. WHR 조사에서 94%의 국민이 자신이 원하는 삶의 형태를 선택할 자유를 느낀다고 응답했다.

핀란드는 이타적인 행동과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분실된 지갑이 반환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

핀란드는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높으며, 부패 수준이 매우 낮아 국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갤럽의 일라나 론 레비 이사는 "핀란드는 미국과 같은 국가보다 행복의 불평등이 적다"면서 "핀란드에서는 자기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핀란드만의 독특한 점은 풍부한 자연환경과 이를 보호하는 정책으로 국민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부분이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은 국민의 전반적인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며 제도와 타인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핀란드뿐만 아니라 덴마크(2위), 아이슬란드(3위), 스웨덴(4위)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이유는 교육, 의료, 주거 등에서 강력한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 시스템과 평등한 사회 구조, 환경친화적 정책과 지속 가능한 발전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 부족과 연금 시스템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고, 글로벌 경재 심화와 산업 구조 변화로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점은 핀란드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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