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2일 정치권에서는 승복 선언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탄핵 불복 여론이 한껏 팽창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명확한 승복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서다.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할 수 없다'는 일부 강성 지지층을 앞세워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꼼수'가 숨어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 승복선언 요구 이어져…경찰, 긴장 속 150m 진공상태
정치권에 따르면 선고 전 갈등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승복 선언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치안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결과를 차분하고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같은 날 전직 국회의장단 간담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분기점으로 이제 국가를 안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전 의장은 이 자리에서 "탄핵 심판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국회 교섭단체가 100% 승복하겠다는 것을 밝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헌재의 선고 결과에 대해 승복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것은 지지층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헌재 결과가 자신의 생각과 다를 경우 거부감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4~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NBS(전국지표조사) 결과 '(심판 결과가)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는 응답이 56%,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 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0%로 집계됐다.
권영세·권성동 승복 선언에도 여전한 불씨…이재명 "승복 윤석열이나 하는 것"
현재로선 양 진영은 조건 없는 승복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일단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고 결과와 무관하게 승복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결과가 어떻든 헌법기관의 판단을 존중하고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이미 수차례 같은 입장을 밝혀왔던 권성동 원내대표도 같은 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떤 결론이 나도 승복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여당 지도부의 승복 입장에도 불구, 탄핵 인용 시 불복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여전하다.
탄핵 정국에서 줄곧 당 지도부와 마찰음을 냈던 개별 의원 차원에서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탄핵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는 점이 최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을 향한 수많은 승복 요구에도 대통령 변호인단인 석동현 변호사가 지난 2월 윤 대통령이 선고 결과에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전부다.
직접 불복을 언급하기도 한 야권에서는 탄핵 기각 시 대규모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날 소상공인 민생경제 현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승복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승복은 윤석열이 하는 것"이라고 답하면서다.
이 대표는 지난달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지만, 이때와 사뭇 톤을 바꾸면서 불복의 여지를 남겼다.
또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기각 시) 엄청난 혼란과 유혈사태를 감당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라"고도 말한 바 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탄핵이 기각돼도 승복하겠느냐'는 질문에 "살인죄를 저지른 사람이 반성하지 않고 있는데 용서하라고 강요하는 질문처럼 들린다"고 받아쳤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주권자 국민으로서 불의한 선고에 불복할 수밖에 없다"고 한 바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위해 지지층을 결집해온 정치권이 이번 선고를 전후 해서는 차분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때"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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