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야시 관방 장관 "WTO 규정 부함하는 지 의문"
라미 전 WTO 사무총장 "다자주의 오염…잘못된 진단"
WSJ 사설 "무역협정 파기로 보복…자유무역시대 끝나"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를 열어 상호 관세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모습. 2025.04.03.](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03/202504031730013740_l.jpg)
[서울=뉴시스] 박미선 기자, 김다연 인턴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체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사국인 일본의 관방장관과 경제산업상, 전 WTO 사무총장은 물론 미국의 보수지인 WSJ도 사설을 통해 세계 무역 질서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상호관세가 미칠 영향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보호주의로 인한 다자주의의 오염' 가능성, 더 나아가 1930년대처럼 '각자 도생'의 세계무역 질서가 '이웃 거지 만들기(근린궁핍화정책 beggar-thy-neighbour policy)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무토 요지 경제산업상 "WTO 협정과 정합성에 심각한 우려"
3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가 "세계 경제와 다자간 무역 체제에 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더해 미국의 관세 조치가 WTO 규정과 일미 간 무역 협정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든 무역 대상국에 10%의 기본관세와 주요 무역적자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24%의 상호관세율이 책정됐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일본 정부가 트럼프의 이 같은 결정을 강력히 철회하도록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날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은 트럼프의 상호 관세 발표 직후 "매우 유감스럽다"며 "조치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 그는 "WTO 협정과의 정합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 WTO 사무총장 "미국 사회 어려움은 국제무역제도와 관계없다"
파스칼 라미 WTO 전 사무총장 역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전날 중국 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해 다자주의가 오염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미국 사회가 겪는 어려움은 국제 무역 제도와는 관계없다"고 지적하며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국내 경제에 대한 잘못된 진단에 기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은 이번 상호 관세 조치를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이 나라를 착취해온 불공정 무역 관행을 되돌리는 관세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 노동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WSJ "'이웃 거지 만들기'로 전락할 수도"
WSJ는 이날 사설을 통해 상호관세 정책을 비판했다. 역대 미국 정부들은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양자 및 다자간 무역 협정을 추진해왔는데, 트럼프 일방적 관세 부과로 무역 협정이 파기되고 보복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복 관세로 인해 오히려 미국의 수출이 직접적 피해를 입을 것이며, 미국 이외의 기업에 특혜를 주는 무역 협정이 다른 국가들 사이에 체결되면서 간접 피해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트럼프가 첫 임기 때 중국에 관세를 부과한 뒤 브라질의 대두 수출이 크게 늘어난 일을 떠올리기도 했다.
WSJ는 "미국은 리더십과 자유무역 확대 결정으로 70년 가까이 번영할 수 있었다"면서도 "그 시대가 끝나고 있다. 트럼프가 중상주의적 무역 정책을 채택함에 따라 각국이 시장 효율성보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세계 시장을 분할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최악의 경우, 1930년대처럼 세계 무역 질서가 ‘이웃 거지 만들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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