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시아 이주 무슬림 늘자 반감 확산…푸틴 지지자도 반발

연합뉴스

입력 2025.04.03 21:08

수정 2025.04.03 21:08

크렘린궁, 전쟁 장기화·저출산에 무슬림 이주로 노동력 확보 구상 친정부 인플루언서들 "이주민이 현지인 공격", "서방 계략" 주장
러시아 이주 무슬림 늘자 반감 확산…푸틴 지지자도 반발
크렘린궁, 전쟁 장기화·저출산에 무슬림 이주로 노동력 확보 구상
친정부 인플루언서들 "이주민이 현지인 공격", "서방 계략" 주장

러시아 모스크바 중앙 모스크에 모인 무슬림들 (출처=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중앙 모스크에 모인 무슬림들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러시아로 이주하는 무슬림이 증가하는 가운데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 이를 허용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를 향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지자들도 무슬림 유입과 관련해 크렘린궁을 비판하거나, 무슬림들을 공격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전 장기화에 따른 병력 차출, 낮은 출산율 등으로 고민하는 러시아 정부는 노동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존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서구의 다문화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자국에서는 다문화주의를 강조해왔다.

그는 2018년 "전통적인 이슬람은 러시아 문화 코드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이슬람 공동체는 의심할 여지 없이, 다국적 러시아 국민의 매우 중요한 구성 요소"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이런 기조는 그를 지지하는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을 샀고, 특히 145명이 숨진 작년 3월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티홀 테러 사건에서 이슬람국가(IS) 지부인 ISIS-K(호라산)가 배후를 자처하면서 민족 간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크렘린궁은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작년 11월에도 "이민자는 필수"라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수는 매우 적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고로보이 내무1차관은 작년 9월 러시아에 체류하는 외국인 600만명 중 불법 체류자는 9%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주민들, 특히 중앙아시아 출신으로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는 이들은 꽤 많다. 2021년과 2021년 각각 10만4천명, 17만4천명의 타지크인(중앙아시아 일대에 사는 이란계 민족)이 러시아 국적을 얻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러시아 내 무슬림을 향한 반감은 크렘린궁과 연계한 인플루언서 등을 중심으로 계속 확산하는 모양새다.

친(親)크렘린궁 인플루언서 리바르는 지난달 텔레그램 채널에 몇몇 지역에서 이주민들이 현지 주민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상에서 테러리스트를 모집하는 이들이 러시아 여권을 살 수 있는 모스크바의 한 중고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영상은 "그렇다면 러시아 수도 근처에 있는 이슬람 급진주의자, 러시아 혐오주의자, 강도들의 번식지에서 누가 이익을 얻겠느냐?"라는 물음으로 끝난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무슬림의 러시아 이주에 서방이 개입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모스크바 시의원 겸 기자로 구독자가 20만명에 달하는 안드레이 메드베데프는 이달 스베르들롭스크와 예카테린부르크에 이주민이 증가하는 것은 러시아를 불안정화하려는 서방의 계략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두 지역이 우랄산맥에서 러시아의 핵심 물류 허브를 형성하고 있으며, 외국 정보기관이 러시아 감시·전복을 위해 공작원을 모집하는 근거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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