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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이돈 동물병원협회장 "동물 상급병원, 전문의 도입 선행돼야"

뉴시스

입력 2025.04.04 06:02

수정 2025.04.04 06:02

"기존 수의사들에게 기득권 인정해선 안 돼" "비용만 부각하면 동물의료 후퇴 야기할 것" "펫보험 정착 신고·등록체계가 밑바탕 돼야" "보호자 민원해결 정책은 후진국 만들 것"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VIP동물의료센터 청담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4.04.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VIP동물의료센터 청담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4.04.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임소현 기자 = "전교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수의대를 들어옵니다. '똑똑한 아이들이 모여 있으면 마음껏 본인들이 배우고 성장해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우리가 이 무대만 마련을 해 주면 스스로 알아서 학습하고 공부하고 훌륭한 수의사로 클 수 있겠네' 생각했어요. 상급병원 제도를 도입하려면 일단 전문의 제도가 먼저 선행이 돼야 합니다. 교육을 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문가가 전문가를 키울 수 있거든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VIP동물의료센터 대표원장실에서 만난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회장에게 최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언급했던 '상급병원' 제도 도입에 대해 물었다.

그의 답변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최이돈 회장은 상급병원 제도를 도입에 앞서 전문의 제도 도입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의를 만든다면 결국은 전세계에서 통용될 정도의 수준이어야 된다. 그래서 기존에 나와 있는 수의사들한테 기득권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전문의들이 얼마만큼 확보가 돼야 상급병원이라는 게 가능하다"며 "전문의를 내고 상급병원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이 제도에 대한 인정이 있어야 되는데 그러려면 여기에 대한 기준이 진짜 엄격하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호주에서 (전문의 교육 제도를) 만들어 놓은 게 있기 때문에 참고해서 우리나라에 있는 유능한 대학교수들과 선배 임상수의사들이 같이 콜라보를 해서 우리나라만의 폼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가 인정할 수 있을 만한 그런 제도를 마련하고 그 안에서 양성된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그곳이 상급 병원이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동물병원 비용만을 강조하면 정책 방향을 제대로 세울 수 없음을 지적했다. 그는 "정책 이슈가 나올때마다 동물병원 비용이 나온다"며 "우리나라처럼 동물병원 이용을 편안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동물병원 진료비용은 국제적으로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국내 진료 비용은 동남아에 있는 동물병원과 비교해 비싸지 않고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 비해서는 저렴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의료 수준을 상향 평준화 하려면 비싼 돈을 장비에 투자해야 하고 인력에 투자해야 하는데 결국 소위 말해 수익성이 있냐고 보면 사실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진료 비용에 초점이 맞춰지면 투자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동물들한테 진단을 하기 위해서 필요하니까 (의료장비와 시설 등을) 갖춰놨는데 결국 비용으로 비춰지면 투자를 꺼리게 된다"며 "결국에는 동물 의료의 후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VIP동물의료센터 청담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04.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VIP동물의료센터 청담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04. jini@newsis.com

◆"펫보험 정착에 있어 동물 신고·등록체계 밑바탕 돼야"

현재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는 1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조9731억원 규모의 펫시장 규모는 2027년엔 6조55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시장 규모 확대와 더불어 반려동물 실손의료보험(펫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보험사 10개사의 펫보험 계약 건수는 지난해 말 16만2111건으로 전년 대비 48.6%나 증가했지만 보험 사기 등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반려동물 등록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펫보험에 대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려스러운 것 중에 하나가 일단은 사람처럼 등록이 잘 돼 있지 않은 부분"이라며 "펫보험이 정착되려면 어떤 식으로든 확실한 그 개체라는 것이 보호자와 함께 등록이 되는 게 우선적으로 시행이 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부분은 외장칩이 아닌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 통일해서 인식하는 것이 가장 명확하다"며 "MRI 검사 등 칩을 떼어야 할 때는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강력한 신고·등록체계가 밑바탕이 되어야 펫보험 (정착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펫보험과 관련해 진료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보호자의 능력과 선호도에 따라 내 동물에게 줄 수 있는 의료의 질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며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병원마다 비용이 다르다고 기사가 나오고 수의사를 돈만 밝히는 그룹으로 매도를 하니 열심히 하려다가도 그런 얘기를 들으면 솔직히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보험 제도를 만든다고 하면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동물병원을 틀안에 넣고 조종하려는 생각보다는 의료의 질은 유지하되 보호자의 부담을 덜고 그로 인해 더 나은 동물의료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져야 정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박정훈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향후 5년간 동물복지 정책의 비전과 방향을 가늠할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5.02.27.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박정훈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향후 5년간 동물복지 정책의 비전과 방향을 가늠할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5.02.27. ppkjm@newsis.com

◆"민원 해결 중심의 정책 아닌 업계와 소통하며 발전하길"

정부가 반려동물에 대한 정책을 만들 때에는 동물의료 현장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오는 6월 '제1차 동물의료 육성·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정책을 만들고 심의 과정을 거친다면 현재 동물병원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수의사들하고 꼭 충분히 논의를 해서 바람직한 방향을 좀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보호자들의 컴플레인이나 민원을 통해가지고 정책을 결정하지 않고 반려동물 문화와 산업과 그리고 또 의료가 같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쪽으로 정책을 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의 민원을 잠재우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자 하는 건지 우리나라 동물 의료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반려동물 문화를 지금보다 더 나은 선진국형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정책을 만드는 건지 명확해야 된다"고 했다.

정책의 포커스가 보호자 민원에만 집중될 경우 반려동물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틀에 구속될 경우 젊고 유능한 수의사를 양성하기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정부에서 수의사 역량을 동물 의료나 동물, 반려동물 문화의 성장에 그 재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에게 대한민국 동물의료의 '미래'를 묻고 싶었다. 그는 한 시간여 가량의 인터뷰 시간동안 '수의사'를 78번 언급했다.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보호자'도 40차례 이상 언급했다. 그렇게 정부 정책이든, 보험 상품이든 동물의료의 미래는 사람에 있음을 강조했다.

올해 1월 취임한 최 회장에게 향후 추진 과제를 묻자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분들과 후배 수의사들이 제대로 된 제도권 안에서 올바른 의료 서비스를 받고 또 올바른 전문직으로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을 잘 치료하기 위해서 수의사와 보호자는 카운터파트가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동반자적 관계"라며 "둘의 지식이나 경험치 차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소통도 안 되고 공감대 형성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보호자님들께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와 수의사들에 대한 오해가 쌓여 있는 부분들을 전체적으로 개선하고 또 향상시켜야 한다"고 덧붙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VIP동물의료센터 청담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04.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VIP동물의료센터 청담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04. jin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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