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맞물려 고환율 지속 전망, 외화자금 유출 대비 유동성 집중관리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2025.04.03.](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04/202504040703528781_l.jpg)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던진 상호관세에 맞물려 달러 수요가 커지면서 은행권이 자본건전성과 외화 유동성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갈수록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지표가 하락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번 관세 부과 영향도를 고위험·중위험·저위험으로 구분해 모니터링 중이다. 상대국과의 협상과정, 보복관세 부과 수준 등 추가적인 대응 결과를 반영해 상반기 말 정기 산업등급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비상대책조직인 위기대응협의회에서 유관부서 협의로 환율수준별 관리방안을 수립해 대응 중이다.
NH농협은행은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경우를 가정하고 이에 따른 외화자금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자금 유출입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즉각 대응할 방침이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은행권 평균적으로 CET1은 1∼3bp(1bp=0.01%포인트) 내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신한금융의 경우 원·달러 환율 10원 상승 시 CET1이 지주는 0.6bp, 은행은 1.5bp 하락한다. 그룹의 위험가중자산(RWA) 중 대부분이 국내외 외화여신 등 은행 자산이기 때문에 환율 변경 시 민감도는 평시에도 은행이 약 2배 높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국내 정치적 불안 등 영향으로 환율이 뛰면서 업계 CET1은 하락 추세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의 CET1은 지난해 말 13.07%로 전 분기 대비 0.26%p 내려갔다. 달러가 올라갈수록 외화 RWA의 원화환산액은 늘어난다. 다만 환율이 올라가면 외화환산손익도 증가해 RWA 증가 금액을 일부 상쇄하게 된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값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이 좋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12%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밸류업 발표에서 13% 이상을 제시하며 초과분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넉 달만에 하락했다. 1400원에 육박한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당국의 미세 조정에 외화 자금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외환 보유고는 13개월째 9위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4년 10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56억9000만 달러로 전월 말(4199억7000만 달러)보다 42억8000만 달러 줄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4.11.05. kmn@newsis.com](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04/202504040703564639_l.jpg)
CET1과 함께 업계는 외화 LCR 관리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상환해야 하는 외화부채 평가금액이 올라가게 된다. 금융당국 규제에 따라 은행은 30일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부채의 80%에 해당하는 유동성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국내은행 외화 LCR은 2월 기준 163.1%로 규제 비율을 상회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150% 내외 수준으로 아직 여력이 있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자금 이탈 가능성을 상시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의 수입 관세 충격을 흡수할 최선의 완충 장치가 통화 약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관세 발표에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는 것이 수순"이라며 "환율이 얼마나 오를지는 시장이 협상 여지를 얼마나 넓고 크게 보느냐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백 연구원은 "협상 의사가 없는 기본관세와 달리 상호관세 시행을 일주일 뒤로 설정하면서 협상 여지를 뒀다"면서 "협상 여지를 크게 본다면 환율은 오르다가 꺾일 수 있고, 미국의 정책이 미국에 자충수가 된다는 시각에 힘이 실려도 환율은 꺾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치적 불확실성을 낮추면서 환율 하방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낙원 농협은행 외환(FX)파생전문위원은 "최근 글로벌 관세 전쟁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원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됐다"며 "그러나 1500원 레벨에 가까워진 만큼 당국의 개입 경계감과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달러 매도 물량이 상승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올해 하반기에는 관세 전쟁에 대한 우려가 진정되고 미국과 주요국 간의 경제성장 격차가 좁혀진다면 달러화 약세 분위기가 진행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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