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 하이라이트인 '상호관세'를 발표한 다음날 열린 뉴욕 증시에서 하루 동안 '4년 기대 수입'을 뛰어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상호관세가 예상보다 강력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세 충격이 미국 증시를 강타한 결과다.
3일(현지시간) S&P 500 지수는 274.45포인트(4.84%) 급락한 5396.52포인트로 마감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1050.44포인트(5.97%) 하락한 1만 6550.61로 집계됐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679.39포인트(3.98%) 하락한 4만 545.93을 기록했다.
간판지수 S&P500과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다우는 2020년 6월 이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020년 3월 이후 5년 만에 최대폭으로 미끄러졌다.
트럼프의 관세 공습이 다른 국가들의 보복을 촉발하고 세계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가중되며 뉴욕 증시에 매도세가 휘몰아친 결과다.
이로 인해 이날 하루 동안 뉴욕 증시에서는 무려 3조 1000억 달러(약 4500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해 버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500대 부호들의 재산도 하루 동안 2080억 달러(약 302조 원) 감소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재산도 110억 달러가 사라졌다.
연간 6000억 달러의 추가 세수를 예상한 건 백악관에서 고율 관세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이다.
나바로는 지난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관세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세금 감면"이라면서 관세가 10년 동안 6조 달러의 추가 세수를 창출할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이 같은 추산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의 연간 수입액은 약 3조 달러인데, 대략 모든 수입품에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면 산술적으로 1년에 6000억 달러가 걷히기는 한다. 다만 관세 인상으로 물가가 올라가 수입품 소비가 위축되면 세수가 6000억 달러보다 적을 수도 있다.
JP모건은 이날 보고서에서 트럼프 취임 후 단행한 누적 관세 인상 폭이 평균 약 22%에 달하며 이는 1968년 이후 최대 규모의 세금 인상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반도체, 의약품 등 일부 품목별 관세가 추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에 관세 수입 증가 규모는 연간 7000억~8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연간 8000억 달러에 달한다면 4년 예상 수입과 이날 하루에 증발한 뉴욕 증시 시가총액이 거의 맞아떨어진다.
사정이 이런 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세 부과를 통해 막대한 대미 투자가 들어올 것이라며 "시장은 호황을 누릴 것이다. 주식은 호황을 누릴 것이고, 미국은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제로 경제 세계에서 관세는 세금"이라며 "연방정부를 위해 연간 6000억 달러의 수익을 더 올리면 이는 개인과 민간 경제로부터 그만큼의 금액을 뺏는 것이 되며 이는 어떤 정의로 보더라도 세금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관세에 대한 트럼프의 이념적인 집착은 합리적인 판단을 억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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