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이게 대구가톨릭대병원의 대국민 사과?…기가 찹니다"

뉴시스

입력 2025.04.04 14:32

수정 2025.04.04 14:32

입장문 통해 사과의 뜻 밝혀 피해 부모 측 "떳떳하게 앞에 나서 사과하라"
[대구=뉴시스] 학대 피해 환아 부모가 대구가톨릭대병원의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 피해 환아 부모 인스타그램 캡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학대 피해 환아 부모가 대구가톨릭대병원의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 피해 환아 부모 인스타그램 캡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박준 기자 = "대구가톨릭대병원 김윤영 병원장이 약속한 '대국민 사과'가 이겁니까? 기가 찹니다."

신생아 학대 논란을 빚은 대구가톨릭대병원이 당초 약속했던 '대국민 사과'가 아닌 '입장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혀 피해 환아 부모 측이 비판하고 있다.

전날 병원 측과 김 병원장은 피해 환아 부모와 만난 자리에서 '대국민 사과'를 약속했지만 '입장문'을 통해 사과를 뜻일 비쳤기 때문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4일 입장문을 통해 "어제 저녁 보호자와 병원장이 면담을 진행했고 병원장이 사과의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본원은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와 관련된 최근 SNS 사건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현재 철저한 조사와 함께 적극적인 후속 조치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으로 인해 충격과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특히 가장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한 점에 병원 측도 큰 충격을 받았다"며 "경찰과 보건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 환아 부모 측은 병원 측의 이 같은 행태에 '피해 아이와 부모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피해 환아 아버지 A(37)씨는 "대국민 사과라는 것은 언론과 국민 앞에 병원장과 병원 관계자들이 나와 머리 숙여 사과하고 앞으로 피해 아이 및 부모에게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등을 밝혔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구=뉴시스] 대구가톨릭대병원이 4일 발표한 입장문에 대해 한 네티즌이 비판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대구가톨릭대병원이 4일 발표한 입장문에 대해 한 네티즌이 비판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A씨는 "입장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달하는 것은 아직도 잘못을 정면에서 뉘우치지 않고 뒤에 숨어 있는 것"이라며 "입장문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특정 언론에만 제공했다. 피해 부모인 나한테도 입장문을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병원과 병원장이 이번 사건에 대해 떳떳하다면 정정당당하게 앞에 나와 얘기해야 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믿고 있던 우리가 너무 순진했고 믿은 우리가 잘못이다"고 했다.

이 같은 병원 측의 사과 입장문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네티즌 Y는 "책임도 없이 캐면 캘수록 양파 마냥 그동안의 악행이 밝혀지고 있는데 대국민 사과까지 약속받고도 이렇게 대충대충 일을 덮고 회피하려고 한다고? 성모 마리아를 섬기는 병원이 말도 안되네 진짜 나쁜놈들 많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 J는 "입장문 말고 대국민 사과를 약속받았습니다. 제발 정싱차리세요"라고 꼬집었다.

특히 A씨는 전날 병원 측과 만난 자리에서 약속했던 '피해 환아 보상 및 대책' 등에 대해서도 서면으로 밝힐 것을 촉구했다.

A씨는 "어제 분명 병원 측은 재발 방지 대책 및 피해 보상 등을 마련할 것도 약속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병원 측은 그 어떠한 것도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은 간호사 혼자만의 잘못으로 볼 수 없고 간호사의 '일탈행위'로만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며 "간호사와 아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병원 측에도 분명한 잘못이 있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뉴시스는 병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수 차례하고 김 병원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통화를 요청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대구=뉴시스] 대구가톨릭대병원이 4일 발표한 입장문에 대해 한 네티즌이 비판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대구가톨릭대병원이 4일 발표한 입장문에 대해 한 네티즌이 비판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가해 간호사는 지난달 28일 환아를 안고 사진을 찍은 뒤 "분조장(분노조절장애) 올라오는 중"이라고 문구를 쓴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다른 사진에는 "몇 시냐. 잠 좀 자라", 자신의 옷깃을 잡고 있는 아기 손을 찍은 사진에는 "낙상 마렵다(낙상시키고 싶다)"는 문구를 넣고 SNS에 공유했다.

이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구 소재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미숙아 학대 제보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사건이 알려지게 됐다.

추가로 간호사 3명이 입원 중인 신생아들을 상대로 학대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피해 환아 부모가 제공한 추가 학대 의심 사진 총 6장에는 간호사들이 신생아의 행동과 자신들이 맡고 있는 일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간호사들은 SNS에 치료를 받고 있는 신생아들의 모습과 함께 ▲악지르는 거 보니 낼 퇴원해도 되겠구만 왜 왔는데…오자마자 열 받아서 억제시킴 ▲성악설이 맞는 이유 딴 애기들 다 조용한데 혼자 안아달라고 출근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내 보챈다 ▲진짜 성질더럽네 OO처럼 ▲우는거 안달래줬드만 조용해서 보니까 ㅇㅈㄹ ▲고마 울어라 등을 적어 SNS에 공유했다.


대구경찰청은 현재 김 병원장과 가해 간호사를 아동학대 등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 중이다.

병원 측은 사직서를 제출한 가해 간호사에 대한 징계를 준비 중이다.


병원 측이 준비 중인 가해 간호사 징계는 ▲재취업 금지 ▲퇴직금 미지급 및 연금 수령 막기 ▲간호사 자격 박탈 등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e@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