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광주 광산구의회가 5000만 원짜리 반원 테이블을 도입하며 외쳤던 '수평적 의회'가 헛구호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초선은 앞자리, 다선은 뒷자리에 앉는 등 권위 의식을 탈피하지 못하면서다.
6일 광주 광산구의회 등에 따르면 의회는 지난 2022년 30년 된 청사 노후화 문제 등을 이유로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 간 수평적 구조 등을 위해 본회의장의 높은 의장석은 낮추고 의원들이 앉을 반원 테이블을 도입했다.
한 테이블당 9명씩 총 의원 18명을 수용할 기성 반원 테이블은 찾기 어려워 예산 5053만 원을 들여 제작했다.
지역 기초의회에서 의원 간 수평적 구조를 내세우며 반원 테이블을 도입한 사례는 찾기 쉽지 않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도 리모델링 전과 동일하게 의원 자리는 '나이와 N선 여부'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반원의 시작점이자 의장과 가까운 앞자리는 초선 의원으로 그중에서도 가장 어린 사람이 배치돼 있다.
출입구에 가깝고 통행이 편리한 곳이자 의장과 가장 멀리 떨어진 반원 끝 지점, 뒷자리는 다선과 연장자가 차지하는 형국이다.
사실상 과거와 좌석 모양만 바뀌었을 뿐 나이와 다선 여부에 따라 줄을 세우는 모양새는 같다.
반원 테이블 도입 취지에 대해 광산구의회 관계자가 "모든 자리가 어떤 높낮이나 보좌 없이 모두 평등한 위치에서 논의, 심의, 토론 등을 가감 없이 할 수 있도록 반원을 실현했다"며 "자리 위치부터 평등하면 마음가짐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 것과 상반된다.
지난해 전·후반기 의장이 교체되면서 의원들의 자리 일부도 바뀌었지만 반원 테이블 왼쪽과 오른쪽 자리의 맞교대 형식에 불과했다.
자리 배치에 대해 의회 관계자는 "의전 기준이 다선과 연장자 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순서에 맞춰 의원들에게 자리를 제안했고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현재까지 자리와 관련해 불만을 표한 의원은 없었다"고 부연했다.
집행부에서는 예산을 들여놓고 기존 방식과 동일한 점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볼멘소리를 냈다.
시민사회는 근본적인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익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근본적인 권위 문화 자체가 남아있는데 책상을 바꾼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의회의 형식적 권위를 위해 예산을 쓴 격"이라고 짚었다.
조 대표는 "의도대로 그러한(권위·수직 문화) 틀을 깨보고자 했다면 자리 배치 등을 바꾸는 등 혁신적인 시도가 있어야 했다"며 "돈을 들이지 않고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만큼 의회 차원에서 더욱 깊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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