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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강, 화려히 부활...베르스타펀 '폴 투 윈' 우승 [권마허의 헬멧]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07 06:00

수정 2025.04.07 06:00

6일 F1 일본 스즈카 3라운드
막스 베르스타펀, 압도적 경기
2, 3위는 맥라렌 원투 펀치 올라
'언더컷' 전략으로 21랩 피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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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F1 일본 스즈카 서킷에서 우승한 막스 페르스타펀(레드불)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F1 일본 스즈카 서킷에서 우승한 막스 페르스타펀(레드불)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6일 일본 스즈카 서킷. 포디움(상위 3등) 가장 높은 자리에 그리운 얼굴, 막스 베르스타펀(레드불)이 올라왔습니다. 올 시즌 첫 우승으로 내친 김에 '폴 투 윈'(폴 포지션에서 출발해 레이스를 우승)을 한 모습이 역시 베르스타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위와 3위는 또 맥라렌 원투 펀치가 차지했습니다. 2년 연속 컨스트럭터 챔피언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모습입니다. 이날 경기에는 재미있는 전략도 나왔습니다. F1 3라운드를 정리한 이번화, 시작합니다.

'역시는 역시'...베르스타펀, '폴 투 윈'으로 부활
일본 스즈카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베르스타펀의 부활입니다. 전날 퀄리파잉(예선)에서 1위를 하며 '폴 포지션'에 올랐던 그는 레이스 시작 직후 맥라렌 선수 2명의 추월 시도를 막으며 서서히 몸을 끌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무난한 경기가 이어지던 중 18번랩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베르스타펀에 이어 2위로 달리고 있던 랜도 노리스(맥라렌) 팀 라디오에서 "추월을 위해 박스에 들어와라(Box to overtake Verstappen)"고 무전이 나온 것입니다. 18번랩은 경기 초반이기 때문에 팬들은 맥라렌이 '언더컷' 전략을 사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언더컷은 앞서 있는 선수보다 먼저 피트스탑해 새 타이어로 교체하고, 앞선 차가 피트스탑할 때 이를 추월하며 앞서가는 전략입니다.

노리스도 "알았다"고 하며 피트인을 준비하는 듯했지만, 결론적으로 박스로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정말 언더컷 전략을 준비했는데 취소한 것인지, 단순 시도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기 내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수 싸움을 펼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피트인을 먼저 끊은 선수는 오스카 피아스트리(맥라렌)입니다. 그는 3위로 달리고 있던 21번째랩에서 피트인을 진행, 타이어를 하드로 교체하며 '모든 드라이버들은 한 경기 최소 한 번 이상 피트인을 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가장 먼저 이행했습니다.

"먼저 갑니다"...피아스트리, 전략 썼지만
6일 F1 일본 스즈카 서킷에서 페르스타펀이 타이어 교체를 마치고 피트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6일 F1 일본 스즈카 서킷에서 페르스타펀이 타이어 교체를 마치고 피트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피아스트리가 피트인을 하며 다른 선수들도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새 타이어 접지력이 구형 타이어보다 접지력이 높아 랩 기록이 좋은 데다, 의무 피트스탑을 1회 이상 해야 하기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면 경기 후반 간격이 크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르스타펀, 노리스, 4위에 달리던 샤를 르클레르(페라리)도 화들짝 놀라며 다음 랩에 바로 박스에 들어가 타이어를 교체했습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이들이 레이스에 빠르게 복귀해 피아스트리가 추월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베르스타펀이 피트아웃할 때 노리스와 약간 부딪히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체를 노리스보다 먼저 넣은 덕에 간발의 차이로 서킷에 먼저 나설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세밀함들이 모여 이날 우승을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베르스타펀은 이후에도 한 차례 추월을 허용하지 않고, 경기 마지막에는 오히려 시간을 더 벌리며 1위에 올랐습니다.

베르스타펀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는 매우 빡빡했다"면서도 "하지만 매우 밀어붙였고 포기를 하지 않았다. 폴 포지션에서 시작해 우승까지 간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이번주 아주 잘 달렸다"고 자평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경기 이후 베르스타펀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츠노다, 가능성 봤다...안토넬리, 막스 후계자?
6일 일본 스즈카 서킷에 모습을 드러낸 레드불 츠노다 유키. 뉴시스
6일 일본 스즈카 서킷에 모습을 드러낸 레드불 츠노다 유키. 뉴시스
이번 경기 또 다른 체크 포인트는 2라운드 이후 팀이 바뀐 츠노다 유키(레드불 레이싱), 리암 로슨(레이싱 불스)의 레이싱이었습니다. 퀄리파잉에서 로슨이 선전하며 14위를 기록했고, 반대로 츠노다는 부진하며 15위에 올랐기 때문에 양 선수의 치열한 접전을 예상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로슨이 시작 직후 약간 오버스티어(핸들이 예상보다 더 돌아간 상황)하며 차량이 흔들렸고, 츠노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로슨을 추월, 기대보다는 싱거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츠노다의 이날 경주 방식이 "내가 레드불 레이서야"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츠노다는 15위로 시작했지만 선수 몇 명을 추월하며 12위까지 올라왔고, 14위로 출발한 로슨은 17위로 3계단 밀려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팀을 바꾼 로슨이 이번 경기에서 압박감을 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이른 듯 합니다. 츠노다는 홈 경기 이점을 살려 경기 후 '드라이버 오브 더 데이'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로슨 대신 또 다른 루키, 안드레아 키미 안토넬리(메르세데스)는 좋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언더컷으로 상위권 선수들이 대부분 피트인을 빨리 하면서 경기 중반에는 잠깐이지만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최종 결과 6위에 오르며 포인트도 따냈습니다. 그는 이날 최연소 패스티스트랩(1:30.965)을 달성하며 F1 역사를 새롭게 쓰기도 했습니다. 시즌이 긴 데다 섣부르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3라운드 내내 좋은 모습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조심스럽게 베르스타펀의 후계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안토넬리는 2006년생으로 아직 18세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28세인 베르스타펀과는 9살 차이가 납니다.

다음 경기
경기 내용을 정리하겠습니다. 1위는 베르스타펀, 2위는 노리스, 3위 피아스트리가 올랐습니다. 베르스타펀이 깜짝 1위에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맥라렌이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4위는 르클레르, 5위는 조지 러셀(메르세데스), 6위 안토넬리, 7위 루이스 해밀턴(페라리), 8위 아이작 하자르(레이싱 불스)가 올랐습니다. 하자르가 꽤 좋은 경주를 하며 같은 팀 로슨보다 9계단이나 높은 자리에 위치했습니다. 올리버 베어먼(하스)도 10위에 오르며 1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루키들이 서서히 페이스를 찾아 가고 있어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F1 4라운드는 11~13일 바레인 사키르에서 열립니다.
큰 변수가 없다면 12일 퀄리파잉 이후 돌아오겠습니다. 바레인 서킷에서는 부디 로슨이 자신감을 찾기를 바라봅니다.
모든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