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사상 최악의 3월 대형 산불은 산림청도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더 이상 기후위기 탓만 할 수 없다. 뉴스1은 총 5회에 걸쳐 산불 진화 체제의 현주소와 산불이 남긴 과제 등을 짚어본다.
(대전ㆍ충남=뉴스1) 박찬수 기자 = 지난 22일 의성 발 산불은 사흘 만에 안동 청송 영덕 영양으로 빠르게 번졌다.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주요 원인으로 불이 나무 윗부분을 타고 번지는 '수관화' 현상이 꼽힌다.
소나무 송진은 테라핀과 같은 정유 물질을 20% 이상 포함해 불에 잘 탄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소나무는 활엽수보다 1.4배 더 뜨겁게 타고 불이 지속되는 시간도 2.4배 더 길다. 소나무는 사계절 잎이 있어 나무의 잎과 가지에 불이 붙어 산불이 빠르게 확산되는 '수관화' 현상에도 취약하다.
국내에서 침엽수림이 산림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2022년 산림기본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침엽수림 비율은 38.8%, 활엽수림 33.4%, 혼효림(침엽수와 활엽수가 혼합되어 있는 산림) 27.8% 등이다.
전체 산림 25%에 심어진 16억그루…경북은 35%
소나무만 보면 전체 산림 629만 8134㏊ 중 소나무(소나무·해송) 면적은 157만 9789㏊로 전체의 25%다. 약 16억그루다.
특히 경북의 소나무 숲 면적은 45만7902㏊다. 강원(25만8357㏊), 경남(27만3111㏊)보다 훨씬 넓다. 소나무 숲 비율이 3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우리나라의 토양과 지형, 그리고 기후여건 등은 소나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바위틈에 아주 조금 있는 흙같이 척박한 곳에서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이 소나무다.
반면 산불이 날 때마다 소나무는 '애물단지' 취급받는다.
또 산불 때마다 산림청이 산불의 불씨인 소나무 인공림을 조성한 것처럼 질타받기 일쑤다.
그러나 정작 소나무숲 전체 면적의 6.8%만이 인공림이고, 나머지 93.2%는 소나무 씨가 날아다니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됐다고 산림청은 밝혔다.
또 연간 전체 조림 면적 중 소나무를 심는 비율은 2015년 24%에서 2024년 16%로 낮아지고 있다.
산불 이후 복원 시 소나무를 심는 것은 전체 산림의 66%를 차지하는 사유림 소유자들의 의지를 반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해안 산불 때도 산주들의 78%가 소나무를 원했다.
두꺼운 활엽수 낙엽층 재발화 원인
소나무 등 침엽수를 산불의 주범으로만 몰고 가기에는 애매하다.
지리산 국립공원 지역이 일부 포함된 산청과 하동지역 산불 진화 때 활엽수의 낙엽층이 1m나 돼 진화에 애를 먹었다. 오랫동안 쌓인 낙엽 때문에 헬기로 물을 뿌려도 표면만 적실 뿐 속불까지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발화 열흘 만에 가진 29일 브리핑에서 "두꺼운 활엽수 낙엽층이 있어서 진화에 애를 먹었다. 헬기로 많은 물을 집중 투하했지만 불이 낙엽층 아래에 있어 꺼진 산불이 다시 되살아 나는 일이 반복됐다"고 밝혔다.
산불 차단을 위해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25%에 심어진 16억그루의 소나무를 베어 낼 수는 없다.
답은 내화수림대 조성·숲가꾸기
답은 내화수림대 조성과 숲가꾸기에 있다.
침엽수에 비해 활엽수는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어 상대적으로 산불에 잘 견딘다. 불에 강한 활엽수를 중심으로 내화수림(불막이 숲)을 조성하면 산불 발생 시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다. 2019년 강원산불 발생 시 활엽수가 주택을 보호한 사례를 바탕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산림청은 지난 2021년부터 내화수림대를 조성했다. 2021년 382㏊, 2021년 349㏊, 2021년 386㏊ 2021년 422㏊씩 조성한 상태다.
또 소나무 숲을 솎아베기해 숲을 가꾸면 산불로 인한 나무의 피해를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또 산림 내 빛 투과량을 늘려 산불에 강한 활엽수의 생육에도 큰 도움을 준다. 산불 피해 저감 숲 관리는 소나무 숲에만 적용하는 기술로서 수관화와 비화를 막아준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산불 피해 저감 관리 숲은 산불 확산 속도를 낮춤과 동시에 수관화와 비화 발생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면서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을 넓게 관리하면 숲 내 빛 투과량이 증가해 활엽수 생육과 토양 내 수분함량 증대에 도움이 돼 산불에 강한 혼효림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