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상호관세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 넣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예상보다 강한 충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진입하는 것인지, 관세발 일시적 숨고르기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7일 증권가는 국내 증시가 사실상 트럼프 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에 따른 공포심리 확대 재생산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앞서 관세 충격을 일부 선반영했더라도 미증시 폭락 등 여진이 가시지 않는다면 중장기적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유종우 리서치본부장은 "국내 증시의 대외 민감도가 높아 관세 충격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면서 "관세와 무관한 내수 업종 중심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예측보다는 방어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하나증권 황승택 리서치센터장 역시 향후 글로벌 금리 인하 및 감세 정책이 가시화되기 까지 관세리스크가 증시를 지배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상황이지만 공매도가 재개된지 일주일밖에 안됐고, 관세 이슈까지 겹쳐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등 최악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타협이 단기간 마련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파월 의장에게 "정치적 행보를 멈추고 금리를 인하하라"고 촉구했으나 파월 의장은 오히려 "관세가 고용과 물가 두 목표 달성을 모두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일각에선 코스피가 이미 역사점 저점 구간에 진입해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 유명간 팀장은 "미국 증시 변동성이 추가적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 증시가 더 떨어질 수 있지만, 코스피가 일부 리스크를 선반영해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극단적인 저평가 상황인 한국 증시는 낮은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 팀장은 또 "결국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관련 협의 가능성이 핵심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관련 협의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기업 이익 훼손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관세 충격으로 인플레 우려는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당분간 지수 탄력이 둔화될 것으로 보여 엔터, 게임, 소비재 등 종목 장세가 짙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 예정일이 가까워질 수록 국내에서는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동력 기대감도 높아질 전망이다.
대신증권 이경민 FICC리서치부장은 "현재 글로벌 증시의 체계적 위험으로 자산시장이 전방위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조기대선 등으로 코스피 2340~2380선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의미있는 지지권으로 볼 수 있다. 코스피 2400선 이하에서 추가 변동성 확대는 분할매수를 통한 비중확대 기회"라고 덧붙였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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