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바이러스 상호작용 연구
새로운 항-크리스퍼 작용 기전 규명
유전자 편집 기술 능력 향상 기대
중앙대 약학대학 박현호 교수와 석사과정 김도연 연구원, 박사과정 이소연 연구원, 박사후연구원 하현지 연구원이 박테리아의 회득면역 시스템인 CRISPR-Cas(크리스퍼-카스) 기능을 억제하는 항-크리스퍼(anti-CRISPR, Acr) 단백질 'AcrIE7'의 작용 방식을 정밀하게 규명했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오랜 진화 과정 속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왔다. 박테리아는 감염된 바이러스를 기억해 유전 정보를 보존하고 유사한 바이러스가 재침입했을 때 이를 즉시 제거하는 면역 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CRISPR-Cas 시스템 즉, 유전자 가위라고 한다.
반면 바이러스는 이러한 박테리아의 방어 기전을 무력화하기 위해 항-크리스퍼 단백질을 진화해 왔다. 항-크리스퍼 단백질은 2013년 처음 보고된 이후 유사한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이는 100종 이상의 단백질이 발견됐다.
이처럼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간의 면역-회피 전략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되는 주제다.
박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밝혀진 항-크리스퍼 단백질인 AcrlE7의 삼차원 구조와 이를 표적으로 하는 크리스퍼 복합체의 구조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AcrlE7이 어떤 방식으로 CRISPR-Cas시스템을 저해하는지 분자 수준에서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에 따르면 AcrlE7은 유전자 가위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R-loop(아르루프, DNA 이중 가닥의 일부분에 상보성을 갖는 아르엔에이가 결합해 생기는 핵산 분자의 고리 모양의 구조)의 단일 가닥 DNA(ssDNA)에 직접 결합해, DNA 절단을 담당하는 효소의 작동을 방해함으로써 시스템 전체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보고된 항-크리스퍼 작용 방식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경로로, 해당 전략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RISPR-Cas 기술은 특정 유전자 서열을 정확히 인식하고 절단할 수 있어 유전자 치료 및 질병 치료 기술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정밀도를 높이고 미래형 치료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 가위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유전자 가위 기술을 더욱 정밀하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BK21 FOUR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PNAS (Impact Factor 11.1) 에 'AcrIE7은 R-loop 단일 DNA 가닥에 직접 결합하여 크리스퍼-카스 시스템을 저해한다(AcrIE7 inhibits the CRISPR-Cas system by directly binding to the R-loop single-stranded DNA)'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박 교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미래의 정밀 치료 분야를 선도할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예기치 않은 DNA 절단이나 낮은 효율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며 "AcrIE7의 작용 기전 규명을 통해 유전자 편집 기술을 보다 안전하고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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