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물꼬를 틔운 개헌 논의에 국회 다수당 수장이자 각종 대선주자 관련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금은 내란 극복이 훨씬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반대 근거로 내세운 '내란 종식이 먼저'라는 주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된 현 시점에서 국민들이 납득하기에는 다소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개헌을 통해 내란 종식을 완성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더구나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가 직접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는 만큼 한편에서는 '이 대표가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니 말을 바꾼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개헌도 중요하나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것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훨씬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 전반을 종합해보면 그의 주장은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평소보다 짧은 대선 기간 동안 권력구조까지 개편하는 개헌을 추진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5·18 정신을 수록하고 계엄 요건을 강화하는 개헌 정도에는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 '알맹이는 빠진 개헌'인 셈이라 우 의장이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한 대선 투표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제안에 결과적으로는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우 의장은 당일 회견에서 "가장 어려운 권력 구조 개편은 이번 기회에 꼭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개헌보다 더 시급한 사유로 내세운 내란 극복과 관련해 비명(비이재명)계는 그것이야말로 윤 대통령 파면 후 개헌을 통해 완성할 수 있는 일이라는 반박을 쏟아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내란 수습을 핑계로 개헌을 방관하는 태도는 안일하다"며 "개헌과 내란 종식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지금은 내란 종식이 최우선 과제란 지적에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내란 종식과 개헌 추진은 대치되는 이슈가 아니라 개헌이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가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이번 조기 대선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느냐 마느냐를 가늠 짓는 선거"라며 "개헌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관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지난 20대 대선 때와 달리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상대적 열세로 평가됐던 이 대표 측은 '4년 중임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오히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측은 이에 "뜬금없다"고 일갈했고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여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에 대해 "이 대표가 개헌을 구체적으로 약속 못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며 "의회 독재에 제왕적 대통령 권력, 그리고 임기 중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임명으로 입법, 행정, 법원, 헌재까지 모두 장악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5년간 본인 한 몸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우 의장도 지난 6일 회견에서 관련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개헌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 때문"이라며 "여야의 자리에 따라, 정치 지형에 따라 셈법이 달라져 대통령 임기 초에는 개헌이 국정의 블랙홀이 될까 주저하고 임기 후반에는 레임덕으로 추진 동력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