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은 무엇이 보인다는 것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설원기 작가가 추상미술을 감상할 때 중요한 것은 직관적이고,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이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모든 요건을 배제한 첫사랑의 순수하고 즉각적인 느낌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설원기 작가가 이화익갤러리에서 9일부터 29일까지 개인전 '작품설명-Explanation of My Painting'으로 관객을 맞는다. 이번 전시는 설원기 작가가 2001년 이화익갤러리에서 첫 전시회를 가진 이래 여섯 번째 전시다.
설원기 작가는 "추상이 어렵게 느껴지는 까닭은 우리의 익숙함에 충격을 주는 셈이기 때문"이라며 "추상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고, 추상작품을 대할 때 이러한 어려움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 제목이 '작품설명'인 이유도 가까운 지인에게 작품 설명을 부탁받은 계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는 작가의 작품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말로 설명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보는 이가 어떻게 느끼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제목이 없다. 오히려 관람자의 느낌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업과정에서 순간순간의 '판단'과 '선택'이 언어적 구속을 벗어나 조형적인 선, 면, 붓의 움직임, 리듬과 행위로 이뤄지기를 바란다. 평면을 나누고, 채우고, 선을 긋는 회화의 가장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방식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품을 바라보는 관찰자도 작가의 조형적 판단과 선택에 몰입하게 된다. 여기에 언어적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작가의 표현과 감각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배려는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사유의 자유'를 선사한다. 그의 그림을 머리로 이해하려고 바라보기보다는 눈을 통해 마음에 들어오는 그대로의 느낌을 즐기는 데 집중하게 된다.
캔버스에 자유롭게 던져놓은 듯한 장난감 같은 작품 분위기에서는 순진함, 천진난만함,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작가가 무엇을 그린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사라지고,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선택'하고 '판단'했는지 상상하게 된다.
설원기 작가는 1951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1974년 위스콘신 주 벨로이트 칼리지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1981년 뉴욕 주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회화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덕성여자대학교 및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제자들을 양성했고, 한국예술영재연구원장,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직을 지냈다. 198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뉴욕, 오사카, 서울 등을 오가며 2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50회 이상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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