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혜연 권진영 기자 = "엄마 너무 조용해서 좋고 우리 살던 데로 돌아온 것 같아!"
8일 개학 후 처음으로 아이와 '정문 등교' 했다는 학부모 최 모 씨(40대·여)는 아이가 등굣길에 이렇게 말했다며 함박 웃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의 한 초등학교는 이번 주 고요한 등굣길을 되찾았다. 개학 이후 내내 이어져 온 맞은편 탄핵 반대 집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후 해산되면서다.
해당 초등학교 인근에서는 지난 주말까지도 일부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천막을 치고 밤샘 농성을 벌였지만 지금은 모두 철수한 상태다.
학교 측은 그동안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정문을 폐쇄하고 후문으로 등교하도록 안내해 왔다가 이번 주부터 정문을 개방했다.
아이 손을 잡고 등교하던 학부모 서 모 씨(40대·여)는 "아이들이 험한 말을 안 들을 수 있고 고요해서 좋다"고 말했다.
서 씨는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잡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학교 앞 몇 미터 부근에 그렇게 정제되지 않는 말을 하는 분들이 계속 상주하는 건 지양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많은 학부모는 그동안 약 한 달간 이어졌던 집회로 인해 아이들의 공간과 안전이 침해됐다고 토로했다.
최 씨는 "모든 집회가 학교 건너편에서 이뤄졌는데 아이들 수업에 방해가 많이 됐다"며 "교문을 막고 있어도 그 안에는 아이들이 놀고 생활하는 공간이라 그런지 (집회)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소리에 민감하더라"고 말했다.
최 씨는 "최근까지도 좋지 않은 모습이 많이 보여서 아이들에게 직·간접적 영향이 많았던 것 같다"며 "출산율이 바닥 치는 걸 떠나서 아이들을 잘 지키는 것은 의무가 아닌가. 적어도 아이들 공간은 지켜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학부모 A 씨는 "집회에서 험한 말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여기저기 스티커를 붙이는 분도 있더라"며 "애들이 그런 행동을 보고 저게 옳은 거구나 하고 (따라 할까 봐) 걱정됐다"고 전했다.
A 씨는 "아이가 하교 땐 혼자 지하철을 타는데 입구가 막혀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잘 모르지 않나. 경찰분들이 아이와 노인을 구별해서 안내하는 사람도 아니고"라며 "경찰차도 이제 없어지고 여기가 정상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40대 후반 학부모 신 모 씨는 "확성기로 욕하시는 등 비상식적인 분들이 많아서 아이들 등하굣길이 너무 힘들었다"며 "저는 오히려 지금 경찰차가 있는 것이 더 안전한 느낌이 드는데 시간이 지나면 경찰 측도 자진 철수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정문 왼편에는 '학생 안전과 학습권을 보장해달라'는 시교육청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정문 앞의 차로 길목에는 안전관리요원 2명과 교사가 나와 학생들의 등교를 지원하고 있었다.
안전관리요원 김정수 씨는 "(집회가 있을 때는) 차선이 하나 폐쇄돼서 이 일대에 병목 현상으로 길이 막혀 차들이 낙원악기상가까지 밀려 있었다"며 "차로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부모님들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판결 후엔 안정화됐고 아이들 표정도 더 밝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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