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개혁세력 결집, 民 대선 승리에 부담줘선 안된다고 판단
영광·담양 재선거 민심 이반, 경선성적표 놓고 정치적 부담도
도정현안도 마음의 짐…내년 지선 전남지사 3선에 집중할 듯

[무안=뉴시스] 송창헌 기자 = 김영록 전남지사가 '6·3 장미대전'으로 치러질 제21대 대선 열차에서 중도 하차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지사는 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호남 대표 주자론'를 내걸고 출마를 결심한 지 두 달 만이다.
김 지사는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개혁 세력의 승리를 위해 헌신하고자 한다"며 "정권이 교체돼야 내란종식도 가능하고 국민통합의 길도 열리는데 이러한 시대정신의 최중심에 이재명 대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 교체를 위해선 국민과 함께 하는 하나 된 민주당이어야 한다"며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남대망론에 말을 아껴오던 김 지사는 12·3 비상계엄 두 달 만인 지난 2월3일, 국회에서 지역 언론인들을 만나 "대선출마 결심을 굳혔다"며 대선열차에 올라탔다.
이후 '호남 대표주자'를 앞세워 정치적 보폭을 넓혀 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재명 당대표를 만나고, 동교동계 등 정치권 원로들과의 비공개 회동을 통해 민주세력 지평 확장에 공을 들여왔다. SNS와 1인 시위, 거리 투쟁과 포럼 등을 통해 작심 발언을 쏟아 내며 '윤석열 파면'과 '이재명 무죄'를 줄기차게 강조해왔다.
일거수 일투족에 친문(친문재인), 친명(친이재명) 행보라는 엇갈린 해석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통합과 개헌, 국가 대개혁과 정치리모델링, 호남정치 복원 등을 키워드로 정치적 행보를 분명히 했다. 지방에서 18년, 중앙에서 10년, 국회 8년, 농림부장관 8개월 등 다채로운 경험을 토대로 '김영록표 정책' 구상에도 힘을 쏟아왔다.
완주를 약속했던 김 지사는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선고 직후 "도민들의 의견을 더 잘 듣고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돌연 신중 모드로 돌아섰고 결국 나흘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호남대망론 아래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지, 컷오프 통과 후 중도 사퇴할 지, 예비경선에서 낙마할 지, 아예 불출마할 지 다양한 경우의 수 가운데 고심 끝에 결국 출마의 뜻을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명분은 내란 종식과 정권 교체고, 답은 '이재명 지지'였다.
"역할을 200% 수행했다"는 긍정평가와 함께 "출마가 성급했던 것 아니냐" "친문, 친명 사이에서 선명성이 애매했다''는 일부 비판도 나왔다.
지난해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호남 맹주' 민주당이 고전한데 이어 지난 2일 담양군수 재선거에는 조국혁신당에 밀려 아예 패배하는 등 호남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당내 호남 지분을 놓고 분열하는 모양새가 부담이 됐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내 대권 잠룡들에 비해 낮은 지지율과 컷오프 가능성, 경선성적표가 액면 그대로 호남 정치의 위상과 현주소로 받아 들여질 수 있는데 대한 정치적 부담 역시 고민을 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립 의대 신설,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인공지능(AI) 수퍼클러스터 허브 등 대형 현안에 대한 도백(道伯)으로서의 책임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후 향후 계획에 대해 "앞으로 도정에 열심히 집중하면서 전남 발전을 위해 계속해 매진할 생각"이라며 "새 민주정부 아래서 호남이 지역 여건이나 발전, 인물, 균형 면에서 더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헌신할 수 있도록 이 대표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가 이날 발표한 대선공약 과제만도 의대 설립, 석유화학 메가프로젝트, AI 슈퍼클러스터 등 75건에 필요 예산만 국비와 도비, 민자를 합쳐 191조 원에 달해 도지사로서 갈 길이 멀다.
정치인으로서의 넥스트 스텝을 두고는 대선이 지워진 만큼 당장 내년 지방선거 3선 도전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도지사 후보군으로는 4선 이개호 의원과 '3선'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주철현 전남도당위원장 등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행정부지사 역임 후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다음 2022년 민주당 광역단체장 중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하고, 농림부장관까지 거친 화려한 스펙 탓에 4기 민주정부 호남총리론도 늘 언급되고 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민주당의 파이' '호남의 파이'를 키우는데 일조하고 경선이 끝난 후에는 민주당이 하나가 될 있도록 힘을 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내란 종식과 당내 통합, 개헌 공방, 진영 갈등 속에서 고민이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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