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쉰’ 청년 2년 연속 증가
노동시장 미스매치 해결부터
노동시장 미스매치 해결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가 8일 발간한 청년 고용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4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했는데 일자리를 못 찾은 청년층 장기실업자가 전년 대비 2000명 이상 늘어 6만9000명에 이른다. 전체 장기실업자 22만여명 중 30.2%에 해당하는 규모다. 청년층 다음으로 장기실업자가 많은 연령은 30대(22.3%)였다. 이들을 합치면 장기실업자 절반이 30대 이하라는 뜻이다.
일자리 질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청년층 임금근로자는 2년 새 5.6% 감소했지만 주 36시간 미만 단시간근로자는 같은 기간 4.9% 늘었다. 청년층 임금근로자 중 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로를 선택한 근로자는 청년층 전체 시간제 근로자의 70%가 넘었다. 전체 연령대의 평균치보다 10%p나 높은 수치다. '그냥 쉬는' 청년 인구가 많아지고 있는 것도 일자리 질의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지난해 그냥 쉰 청년은 42만여명으로 2년 연속 늘었다. 지난 2월엔 사상 처음 50만명을 돌파했다. 일주일 동안 육아나 가사, 취업을 위한 특별한 노력 없이 말 그대로 그냥 쉰 청년들의 규모다. 상당수가 일자리 눈높이를 현실과 맞추지 못한 탓이 크다. 고소득 양질의 일자리가 한정된 상태에서 원하는 자리를 꿰차는 게 쉬울 리가 없다. 가장 근원적인 해법은 기업들이 투자를 서두르고, 고연봉 자리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겠지만 경제침체 탓에 쉽지 않은 과제다.
현실적으로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최소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는 지난해 급속히 증가한 쉬는 청년에 대한 심층 실태조사와 단계별 지원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규모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증가한 결과를 볼 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을 강구하는 것과 동시에 민간과 함께 해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경총이 제안한 대로 삼성전자의 SSAFY, LG AI연구원의 LG에이머스 등 민간이 주도하는 양질의 청년 고용지원 프로그램도 활용해볼 만하다. 청년들의 직무능력을 높이고 일경험 기회를 제공해 고용 의지를 북돋울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지원책과 산업현장 맞춤형 직업훈련에 대한 종합적인 로드맵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노동 시장의 주축이 되어야 할 청년층이 이대로 그냥 쉬기만 하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규직 기득권만 보호하는 경직된 근로제와 획일적인 임금제에 대한 개선책도 풀어야 할 과제다. 결국엔 과감한 개혁이 뒷받침돼야 청년 장기실업도 해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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