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시진핑의 반격 '희토류' 수출 통제…장기화 땐 반도체·배터리 직격

뉴스1

입력 2025.04.09 07:30

수정 2025.04.09 10:35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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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맞대응 성격으로 희토류의 수출 통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양극재 생산에 필수인 희토류의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의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꾸준한 공급망 확대 노력으로 일정량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현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수급 타격은 불가피하다.

中, 희토류 7종 수출 통제

9일 외신에 따르면 이달 중국 상무부는 7대의 특정 희토류를 수출 통제 품목으로 지정했다. 구체적인 품목은 △사마륨(Sm) △가돌리늄(Gd) △테르븀(Tb) △디스프로슘(Dy) △루테튬(Lu) △스칸듐(Sc) △이트륨(Y)이다.



희토류는 반도체, 배터리 소재, 스마트폰 등 첨단제품 생산에 필수인 희소 광물이다. 세계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데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쓰이는 만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중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가공 분야 시장으로 확대하면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 따른 파급 효과 사정권 안에 있다. 희토류는 주력 산업인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에 필수로 쓰인다. 반도체엔 디스프로슘,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엔 이트륨이 극미량 사용된다.

과거 중국은 통상무역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희토류의 무기화를 반복했다. 우리 기업과 정부는 학습 효과로 다양한 공급망을 구축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디스프로슘과 이트륨 등은 6개월분 이상의 공공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화학 촉매로 사용되는 루테튬 대신 팔라듐 기반 촉매를 주로 쓰고 있어 영향이 제한적이다. 영구자석용 테르븀의 경우 디스프로슘 첨가량을 늘려 대응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으로 재고를 넉넉히 확보해 두고 있다"며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를 자주 꺼냈지만 넉넉한 재고 덕분에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美·中 무역 갈등 장기전 양상…가격 폭등 대비해야

문제는 중국과 미국 갈등이 장기전 양산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양국은 보복 관세를 두고 한 치의 양보 없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50%의 추가 관세 부과로 위협하자 "관련 조치가 시행된다면 단호한 반격 조치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계에선 양국의 갈등 장기화로 중장기 수급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한다. 가격은 수요 대비 공급 부족으로 폭등할 수밖에 없다. 비록 우리 기업들이 중국 외 지역에서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지만 수급 불안과 가격 인상 리스크는 피하기 어렵다.

정부도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민관 협력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희토류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출통제 품목별로 밀착 관리할 것"이라며 "희토류 수입·수요기업에 중국 수출 허가 절차 등을 상세히 안내하고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우리 기업들은 희토류 공급망 확대를 위해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이달 포스코홀딩스(005490)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핵심 광물 관련 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LS에코에너지(229640)도 베트남 산업통상부와 손잡고 희토류 공급망 확보 및 전력 인프라 사업 확대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약 18% 규모인 2200만 톤을 보유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매장량을 갖고 있다.


양극재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양상이 최고조에 치달으면서 단기간에 화해 무드로 전환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공급망 추가 확보를 위한 방안을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