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온 해피·조이, 대통령기록물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곰이·송강이 논란 재연 전망
尹 "강아지는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 한다"
![[아시가바트(투르크메니스탄)=뉴시스] 조수정 기자 = 투르크메니스탄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에서 열린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국가최고지도자 겸 인민이사회 의장 친교오찬에서 투르크 국견 알라바이를 안고 있다. (공동취재) 2024.06.11. chocrystal@newsis.com](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09/202504090912526519_l.jpg)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과천 서울대공원에 위탁했던 투르크메니스탄 국견 알라바이 2마리가 향후 어디에서 지낼지 주목된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돌연 국가기록물이 된 알라바이가 문재인 전 대통령 때 풍산개처럼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9일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선물로 받은 투르크메니스탄 국견 알라바이 2마리 '해피'와 '조이'는 지난해 11월부터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대공원 동물원 내 견사에서 지내고 있다.
해피와 조이는 생후 40일가량 된 지난해 6월 한국에 도착해 약 5개월간 관저에서 생활하다 같은 해 11월 몸 길이 170㎝, 체중 40㎏을 넘겼다.
알라바이는 견종 특성상 최대 몸무게가 90~100㎏까지 나간다.
해피와 조이는 대통령 임기 동안 서울대공원에서 지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윤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파면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해피와 조이는 대통령기록물이 됐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직무 중 받은 선물은 동물과 식물까지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게 원칙이지만 대통령기록관이 직접 동·식물을 키우지는 않는다. 관련 규정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9월 국회에 대통령기록물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동식물인 대통령 선물을 관련 업무를 하는 기관으로 위탁하고 예산으로 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알라바이를 키우고 있는 서울대공원 입장이 곤란해졌다. 이미 대통령기록물로 신분이 바뀐 알라바이를 법적 근거도 없이 계속 키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파면 후폭풍에 휘말린 대통령실 역시 알라바이를 계속 위탁 사육할지 여부에 관한 언질을 서울대공원 쪽에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외국에서 선물로 받은 동물을 보내 위탁 사육하다가 퇴임 후에도 서울대공원이 키우는 경우가 있기는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 '우리'와 '두리'는 같은 해 11월 서울대공원으로 위탁됐고 2014년까지 살았다. 다만 우리와 두리는 2007년 대통령기록물법이 제정되기 전 위탁돼 법 적용 대상은 아니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투르크메니스탄 국빈방문 때 선물받은 국견 알라바이 해피와 조이가 성장함에 따라 지난 11일 거처를 대통령 관저에서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이동해 적응중이라고 13일 서울대공원측은 전했다. 서울대공원 놀이터에서 해피(왼쪽), 조이(오른쪽)가 산책하고 있다. (사진=서울대공원 제공) 2024.11.13. photo@newsis.com](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09/202504090912530922_l.jpg)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선물 받았다. 그는 곰이와 송강이를 위탁하지 않고 관저에서 계속 키웠다.
퇴임 후 곰이와 송강이가 대통령기록물이 되자 문 전 대통령은 2마리를 사저로 데려갔다. 이와 함께 대통령기록관과 대통령비서실은 사료값과 의료비 등 250만원 규모 예산 편성을 골자로 한 위탁 관리 협약을 추진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물을 외부로 반출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행정안전부와 법제처가 반대해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곰이와 송강이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했고 파양 논란이 일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 반출 등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가 우려돼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논란 끝에 곰이와 송강이는 대통령기록관이 대여하는 형식으로 광주 우치공원 동물원에 보내졌다. 대통령기록관이 반환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곰이와 송강이는 우치공원 동물원에서 지낼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 역시 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알라바이를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사저로 데려가고 싶어도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다.
주목할 점은 윤 전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 풍산개 논란 당시 파양을 반대했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 풍산개 파양 논란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곰이와 송강이를 사저로) 데리고 가셔야 하지 않겠나. 강아지는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 한다. 일반 선물과는 다르다"며 자신이라면 사저로 반려견을 데리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직접 밝혔던 견해를 뒤집지 않는다면 윤 전 대통령은 몸 길이가 2m에 달하는 알라바이 2마리를 사저로 데려가야 한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머물고 있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로 거처를 옮기며 알라바이도 데려갈지가 관건이다.
만약 윤 전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처럼 사육을 포기할 경우 대통령기록관은 곰이와 송강이 사례처럼 알라바이 역시 대여 형태로 다른 사육지를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정치적 파장을 우려하고 있는 서울대공원은 알라바이의 거처가 정해질 때까지 잘 관리하며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위탁을 받았으니 잘 먹이고 건강 체크하고 산책시키고 하는 것뿐"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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