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안녕하세요. 광주 서구청장 김이강입니다. 피자를 주문하고 싶은데요."
8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한 피자집. 최근 매출이 떨어져 휑했던 매장에 반가운 주문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 발신인은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 직접 매장에 전화해 피자를 고른 뒤 몇 분 후 찾으러 가겠다는 설명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로 구청에서 단체 주문을 하지?' 가게 업주는 의아했다.
피자가 완성되었을 무렵 매장에 김이강 서구청장이 직접 피자 포장을 찾으러 왔다.
해맑은 표정으로 매장을 찾은 김 구청장은 "따님의 '랜선효도' 덕분에 맛있는 피자 집을 찾게 됐다"며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구청장의 방문은 며칠 전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한 게시글 때문이었다.
'엄마가 피자가게를 하시는데 진짜 너무 맛있는데 요즘 장사가 너무 안된다고 하셔서 한번 올려봅니다. 광주 쌍촌동에 있고 매일 아침 엄마가 직접 반죽하고 숙성시켜서 나가는 팬피자입니다.'
지난 6일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올라온 글. 최근 X에서 유행하는 문화 중 하나기도 한 '랜선효도(온라인을 통해 효도하는 행위)'는 영업난으로 힘들어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이들의 자녀가 SNS로 가게를 홍보하는 행위를 뜻한다.
광주 서구의 민원과 이슈를 검색하기 위해 X를 살피던 김 구청장의 눈에도 이 글이 들어왔다.
가게 업주는 "딸이 SNS에 올린 글을 보고 구청장이 직접 찾아와주실 줄 몰랐다"면서 "정말 감사하다"고 재차 인사했다.
김이강 구청장의 '랜선효도' 인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4일에는 또 다른 랜선효도 맛집인 치평동의 한 육회 비빔밥 집을 찾아 직원들과 함께 식사했다.
해당 식당 역시 최근 X에 '며칠을 고민하다 실례를 무릅쓰고 올린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육회비빔밥 집인데 몇 달 전부터 매출이 정말 많이 떨어져서 힘들어 하신다. 어머니께서 팔과 어깨가 많이 안 좋으신데도 매일 재료 준비와 손님 맞이를 열심히 하신다. 자릿세 조차 감당하기 힘든데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는 글과 함께 소개된 곳이었다.
김 구청장의 방문에 딸들도 새 게시글로 화답했다.
육회비빔밥집 딸 A 씨는 "방문해주신 분들 감사하다. 서구청장님께서 제 트윗을 보고 찾아와 주셨는데 덕분에 부모님께서 정말 기뻐하셨다"며 "요즘 손님이 많이 줄어 걱정이 컸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매출도 높아 힘이 됐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자녀들의 깜짝 효도에 놀라고, SNS 보고 찾아왔다는 저에게 놀라고. 그러면서도 사장님들이 기분 좋으신지 웃음을 감추지 못하셨다"면서 "이렇게 서로를 보듬어 주고 서로 응원하면서 힘내자. 오직 민생 만을 생각하며 골목상권 살리는 일에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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