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노민호 허고운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등 경제 현안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인상 문제를 연계해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라 우려됐던 '안보 리스크'가 이제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통화 내용을 전하며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막대한 군사 보호에 대한 지불을 얘기했다"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한국)은 제 첫 임기 때부터 수십억 달러의 군사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했지만, '슬리피한' 조 바이든(전 대통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계약을 종료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 한국과 11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을 진행하며 방위비분담금을 약5배가량 인상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한미는 지난해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12차 방위비분담금을 위한 협상을 '속도전'으로 진행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의 요구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이같은 상황이 '불공평하다'는 인식에 따라 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원천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될 방위비 분담금의 최초 연도 총액은 전년 대비 8.3% 인상한 1조 5192억 원이며, 이후부턴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이 적용된다. 또 연 증가율 상한선을 5%로 정했다. 한국에선 12차 SMA가 국회 비준을 통과했으며 법적 근거도 갖춘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미국은 SMA가 행정협정에 속해 의회의 비준이 필요하지 않다. 이는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협정 무효화를 선언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만, 이를 실제로 행사하는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가 최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가와 군 안팎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두고 당혹감보단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주장해 왔던 이야기"라며 이 사안이 현안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방위비분담금 재협상 전망에 대해 "전략적인 차원에서 트럼프 측에서 구체적인 안건을 들고 공식적인 제안을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협상하자는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 및 구상, 계획 등에 대한 사전 탐색은 면밀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특히 이번에는 방위비분담금이 단독 사안으로 다뤄지지 않고 상호관세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 투자 등 다른 경제 현안과 연계돼 복잡한 셈법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라 부르거나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으로 13조 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13조 원은 2026년 한국이 지불할 액수에 약 9배에 해당하는 액수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분담금과 연계된 다른 사안에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금액을 '베팅'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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