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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켜줄 'K-방산' [fn기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0 06:00

수정 2025.04.10 06:49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트럼프 2기 거래적 접근법, 기존 동맹공식 철퇴…동맹 지형 변화
  -유럽, 나토의 한계 인식…전략적 자율성에 입각 재무장 추진 나서
  -아시아 동맹, 美 인-태 중심 셈법…양자동맹 안정·유지 전략 활용
  -일본·호주·필리핀은 단기 처방 외 마땅한 대미 레버리지·카드 없어
  -한국, 도전 직면한 한미동맹…결속력 지켜줄 핵심, 조선업 가동 시작
  -트럼프 2.0서 K-방산은 경제 도전·외교 지형 확장 카드로 잠재력 커
  -전략 로드맵, 체계적 민관협력…대미 레버리지·동맹 강화로 이어져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전후 질서에서 미국의 동맹 아키텍처는 크게 대서양 동맹과 아시아 동맹으로 구분된다. 대서양 동맹은 나토(NATO)에 기반한 다자동맹(집단방위)이고, 아시아 동맹은 양자동맹에 기반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한미동맹이다. 거래적 접근법에 올인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의 동맹공식에 철퇴를 가하면서 전 세계에서 동맹 지형이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실 대서양 동맹 차원에서는 동맹 전선 도전의 서막이 이미 시작된 상태다. 이에 유럽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럽이 이제 나토의 한계를 현실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EU(유럽연합)이 전략적 자율성에 입각하여 재무장 추진에 나서는 등 자강 정책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한편 아시아 동맹은 미국과의 양자동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서둘러 나름의 카드와 비법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을 지정학적 중심으로 가져오려고 하는 셈법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동맹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아시아의 양자 동맹국인 일본, 호주, 필리핀의 경우에 마땅한 대미 카드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카드 부족을 이유로 트럼프의 비용청구에 무조건 수용으로 일관하는 것은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땅한 대미 레버리지 아이템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한국도 트럼프발 동맹공식 전환에 쉽지 않는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전쟁 등 경제전선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안보전선으로 전환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이기에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 안보전선으로 거래전장을 전환하거나 확장하면 주한미군 규모, 전략적 유연성, 방위비 분담급 재협상, 전략자산 전개 비용 청구, 연합훈련 비용 청구 등 무수히 많은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다만 한국은 선진강국의 자리에 오른 상태에서 트럼프의 파고를 맞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의 내적 역량이 정점에 오른 상태이기에 앞서 언급한 미국의 다른 동맹국보다는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조선업은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지켜줄 핵심비법으로 이미 가동을 시작한 상태다.

하지만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K-방산은 트럼프 2.0 시대에 관세전쟁 등으로 인한 경제적 도전을 극복하고, 외교적 지형도 확장하는 카드로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K-방산은 이미 호주와 같은 인도-태평양 국가뿐 아니라 폴란드·노르웨이 등 나토 국가에게도 성공적인 무기수출을 통해 그 실력을 검증받은 상태다. K-방산이 이처럼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동맹공식 대개조와 러시아와 같은 현상변경국가의 안보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악순환이 겹치면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재무장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문제는 과거처럼 미국에 압도적으로 안보를 의존하는 것이 마땅한 상황이 아니므로 재무장에 기여할 다른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숙제가 주어진 상태다. 그런데 이러한 안보·방산 파트너 공백을 메워주는 데 역할이 가능한 국가가 바로 K-방산으로 무장한 한국이다. 한국은 전투기, 탱크, 수상함, 잠수함 등 전투 플랫폼뿐 아니라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체계를 높은 가성비로 빠르게 만들어 내는데 최적화된 국가다. 이것이 캐나다의 12척 규모의 3천 톤급 디젤잠수함 사업에 한국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도기 국제질서, 트럼프 2.0, K-방산이라는 변수들이 맞물리면서 한국은 앞으로 유럽 등 전 세계 여러 국가들과 방산협력, 안보협력을 강화할 기회를 맞고 있다.

물론 이러한 기회는 가만히 앉아서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려면 전략적 로드맵과 체계적인 민관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단순 무기체계 수출을 넘어 개별국가의 중·장기적 요구에도 부합하는 핀포인트식 방산협력 아키텍처 기획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1) 무기수출(전력화시기, 가성비 완성도 제고), 2) 수출대상 국가 군사·방산역량 향상에 기여(기술협력, 자체 정비능력 제고), 3) 공동 방산 프로젝트 추진(신규 무기체계 공동개발 등)이라는 3단계에 기반한 진화형 로드맵을 구상하여 제시한다면 장기적 차원의 K-방산 신뢰 제고와 K-방산 세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변화하는 국제질서와 트럼프발 변수로 부상한 리스크를 기회로 잘 전환하여 이를 제대로 살려낸다면 한국의 국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외교적 지대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높아진 한국의 지위와 업그레이드된 외교력은 대미 레버리지 제고로도 이어지고 이것은 결국 한미동맹 결속력 유지 차원에서도 선순환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