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미협상 '미국산 LNG' 급부상…수입 확대 여력 충분, 문제는 가격

뉴스1

입력 2025.04.09 16:15

수정 2025.04.09 16:15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주 주지사와 면담을 하고 있다. 이(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25/뉴스1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주 주지사와 면담을 하고 있다. 이(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25/뉴스1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가 한미 상호관세 협상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제로 지적한 무역흑자 규모를 단기간에 줄일 수 있다. 특히 수입 대상을 변경하는 차원이어서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해 이른 시간 안에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관련 업계는 '가격'을 최대 관건으로 보고 있다.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미국산 LNG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관세 협상과 맞물려 비싼 가격에 LNG를 수입하거나 불확실성이 높은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美 LNG 수입 564만톤, 전체 수입량 12% 차지…확대 여력 충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전화 통화에서 관세, 조선, LNG(액화천연가스), 알래스카 합작투자, 방위비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대미 무역흑자가 많고 LNG를 많이 쓰는 한국과 일본 등에 자국 LNG 수입 확대를 유도해 왔다.

한국은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3위 LNG 수입국이다. 민간LNG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수입량은 4633만톤이다. 지역별로 △중동 1403만톤(30%) △오세아니아 1141만톤(25%) △동남아시아 1130만톤(22%) 순이다.

그러나 미국산은 564만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12%에 그쳤다. 미국이 지난해 약 8733만톤을 수출한 세계 1위 LNG 수출국인 점을 감안할 때 한국에서 쓰는 미국산의 비중은 적은 편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연간 4343억 세제곱피트의 LNG를 생산했다. 톤으로 환산하면 약 9120만톤이다.

업계에서는 품질에서 미국산이나 중동산이나 큰 차이가 없는 만큼 가격만 맞으면 미국산 LNG 수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한다.

SK가스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후발주자이고 플레이어들이 계약 구조에 유연성이 있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서도 미국 LNG는 분명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LNG사업자는 LNG터미널만 5곳을 보유한 한국가스공사로 비중이 74%에 달한다. 나머지는 LNG터미널을 보유한 △GS·SK E&S(보령) △포스코인터내셔널(광양) △SK가스(울산) 등 민간이 수입한다.

문제는 '가격'…알래스카 합작 투자 '우려'

관련 업체들은 이번 미국산 LNG 수입 확대가 관세 협상을 고려해 기업들이 원치 않는 조건에 사야 하는 상황이 오거나, 사업성이 낮은 알래스카 합작투자와 연계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알래스카 합작투자는 총개발비만 440억 달러(약 65조 원)를 투입해 북극해와 접한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 지역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개발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0년 시작됐지만 2016년 사업성의 문제로 좌절됐다.

당시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으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고 막대한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BP 등 메이저 오일업체도 발을 뺐다.

물론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성공만 한다면 한국 입장에서 알래스카산 천연가스의 짧은 운송 거리 덕에 수입단가가 낮고, 중동에 치우친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현재 한국이 수입 중인 미국 멕시코만, 중동산 LNG가 국내에 들어오기 위해선 각각 20일, 34일이 걸리는데, 이 기간이 7일 정도로 단축된다.


우선 업계는 정부 간의 협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날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관세 압박을 줄이기 위해 알래스카산 LNG 수입이 논의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미국산을 늘려가는 문제는 내부적으로 협의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는 LNG 프로젝트의 협력사인 글렌판 그룹과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 주요 관계자들 이끌고 방한해 기업 관계자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