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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美 포괄적 협상 요구, 적게 주고 많이 받는 전략 필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09 18:08

수정 2025.04.09 18:08

韓총리, 트럼프와 28분간 전화통화
요구 일부 들어주되 얻을 건 얻어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국무총리실 제공) /사진=뉴스1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국무총리실 제공) /사진=뉴스1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관세 문제와 경제협력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스톱 쇼핑'이라는 용어를 쓰며 무역과 산업, 안보를 동시에 다루는 포괄적 협상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트럼프 관세정책의 목표는 드러나고 있다. 일단 강력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한 다음 협상을 통해 관세를 완화해 주면서 미국에 이익이 되는 반대급부를 받아내겠다는 의도다. 중국을 비롯한 당사국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미국 경제도 큰 타격을 받고 있어 트럼프의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기 어렵다.



일단은 당사국들과 국가별 '맞춤형 관세협상'을 진행하되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을 우선 협상 대상으로 삼겠다는 게 트럼프의 설명이다. 협상 우선순위는 나쁘지 않지만, 관세를 빌미로 관세 외의 문제에서 이득을 취하겠다는 '원스톱 쇼핑'은 매우 큰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바이든 정부와 이미 타결한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해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알래스카 합작투자 등을 상호관세와 연계시켜 협상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의도가 분명해진 만큼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는 생겼다. 우리로서는 한국이 미국에 기여하고 있지만, 트럼프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최대한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먼저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미 결정된 반도체 공장 건립에 더해 최근 현대차가 발표한 제철소와 자동차 공장 건설 등이 미국 경제에 일으킬 파급효과를 잘 인식시켜야 하는 것이다.

LNG·알래스카 투자·방위비 분담금은 협상의 영역이다. 우리에게 불리하고 손해가 된다고 해서 무조건 거부하기는 어려운 국면이다. 그렇다면 밀고 당기기를 잘해서 최선의 합의를 얻어내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대한 적게 주고 많이 받는 '기브 앤드 테이크'(give & take)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도 우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게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군사적 용도의 조선이다. 최고 성능의 군함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하면 미국도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LNG도 석유나 제3국에서 수입하는 가스 등의 에너지를 대체하는 용도로 수입을 늘릴 수도 있다. 송유관 건설을 포함한 알래스카 개발에도 정부가 최대한 지원하는 조건으로 국내에서 어려움에 빠진 건설업체들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새 정부 출범까지 두달 가까운 시일이 남았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재임 기간 최대한 협상의 주춧돌을 단계적으로 놓고 최종 마무리는 새 정부에 넘기는 것이 맞는다. 너무 조급하게 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국이 더 강하게 맞받아치고 있고 유럽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꼬리를 내릴 확률도 없지는 않다.

아직은 트럼프 대통령이 큰소리를 치고 있으나 무엇보다 세계 전체 경제가 대공황에 가까운 극도의 침체기에 빠른 속도로 접어든다면 미국도 계속 고집을 부리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미국 내부의 돌아가는 사정을 지켜보면서 그때그때 최선의 대응책을 구사하는 것이 한덕수 과도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