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금리인하기 건전성 시험대 … 보험사들, 후순위채 찍고 자본확충 서두른다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09 18:14

수정 2025.04.09 18:14

기준금리 내려간 만큼 부채 증가
구조적 건전성 악화 불가피한 탓
이자비용 늘며 건전성에 악영향
일각 자본규제 방식 비판 목소리
금리인하기 건전성 시험대 … 보험사들, 후순위채 찍고 자본확충 서두른다
올해 1·4분기 보험업권의 후순위채권 발행이 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가이드라인의 하향 조정을 예고했음에도 후순위채 발행이 어어지고 있다.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자본 확충에 나서는 모양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4분기 보험사들이 발행한 후순위채 규모는 모두 4조725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4분기(1300억원)와 비교하면 약 65배 늘어난 수치이고, 2023년 연간 발행 규모보다도 많다.



지난달 12일 금융당국이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을 공개하며 킥스 가이드라인을 기존 150%에서 130%로 하향 조정키로 했으나 후순위채 발행은 지속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금리인하'가 있다. 보험사는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을 부채로 인식하고 현재 가치로 환산해 회계에 평가한다. 금리가 내려가면 부채를 평가할 때 활용하는 할인율(보험사 수익률로 추정)이 하락해 장부에 반영할 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이 같은 부채 증가는 보험사의 킥스 하락으로 이어진다. 보험연구원은 기준금리가 1%p 내려가면 보험사 킥스비율이 25~30%p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미래 보험금 상환을 위해 쌓아둬야 할 자금이 늘어나게 된다"며 "현재 킥스가 당국 권고치를 넘는다 해도 보험사는 금리인하 흐름을 생각해 더 많은 자금을 쌓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후순위채 발행에 따른 이자비용이 중장기적으로 보험사 건전성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후순위채 발행으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율은 회사의 신용등급에 따라 4~6%에 이른다. 보험사 평균 자산운용수익률인 3%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보험사의 자산운용 규모가 후순위채 대비 크다는 점에서 수익률이 낮아도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장기적으로 낮은 자산운용 수익률이 지속될 경우 후순위채로 늘어난 비용이 보험사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는 자본 규제 방식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킥스 100%면 보험금을 돌려주는데 문제가 없다"면서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맞추기 위해 보험사는 수익과 자본이 충분히 있더라도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추가적으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