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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리가 뜯을 차례" 시진핑 "주변국 협력 확대"…관세전쟁 격화

뉴스1

입력 2025.04.09 18:30

수정 2025.04.09 18:4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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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워싱턴·베이징=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류정민 정은지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대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거침없는 관세 공격에 중국이 단호하게 반격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의 중심을 미중이 자리잡는 모양새다. 양국 정상이 개입한 가운데 관세와 보복 조치를 주고 받으며 촉발된 긴장은 당분간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서명한 행정명령 가운데 개별 상호관세 조치가 9일 오전 0시 1분(미 동부 현지시간, 한국시간 9일 오후 1시 1분) 발효되면서 미중은 양보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당초 중국에 대해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지난 2일 서명했지만, 중국이 같은 34%의 '맞불 관세'를 발표하자 기존 세율에 50%를 더했다.

이로써 트럼프 2기에 중국에 추가된 관세는 총 104%가 됐다. 여기에 이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평균 20.8%)가 더해져 중국의 대미 수출 평균 관세는 거의 125%까지 치솟게 됐다.

앞서 도널드는 지난 7일 중국이 미국의 상호관세에 비례 대응 의사를 밝히자 "50% 추가 관세" 부과를 위협했다. 그러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유지되기를 바란다"며 중국과의 협상 의향을 드러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측에 철회 의향을 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중국이 보복한 것은 실수였다"라며 "대통령은 미국이 타격을 받으면 더 강하게 반격한다. 그래서 중국에 104%의 관세가 부과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태도는 이번 참에 20년 누적된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 문제를 반드시 털고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전국 공화당 하원 선거위원회 기부자 행사에서 "104%라는 수치가 어처구니없게 보일 수도 있지만 앞서 우리에게 1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해온 것이 중국"이라고 주장하며 "이제 중국이 우리의 재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관세가 부과된) 모든 국가들이 내게 전화해 굽신거리고 있다"며 "엄청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 국가들이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안달나 있다"며 "제발, 제발, 선생님. 협의해 주세요. 무엇이든 할게요"라고 트럼프 특유의 조롱조로 상황을 과장했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자유무역 타파보다는 강도 높은 압박을 통한 무역 수지 적자 개선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빗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각국은 가능한 좋은 조건의 협상안을 들고 오면 된다"며 "그럼 트럼프 대통령은 들을 것"이라고 미 정부가 협상에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은 9일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되자 "실수에 실수를 더한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중국인들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되고 박탈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중미 경제무역 관계에 관한 약간의 문제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이라는 백서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백서는 "중국은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해 국가 이익을 단호하게 수호할 수밖에 없고 또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항상 분쟁을 해결하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무역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결코 중국인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되고 박탈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만약 미국이 관련 제한 조치를 강화하려고 고집한다면 중국은 확고한 의지와 풍부한 수단을 갖고 있으며 반드시 단호하게 반격해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평등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각자의 우려를 해결하고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함께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이 중국에 과도한 관세를 부과하는 횡포와 괴롭힘 행위에 대해 중국은 단호하게 반대하며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진정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평등하고 존중하며 호혜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앙 주변공작(업무)'회의'에 참석해 "주변 운명 공동체 구축에 집중하고 주변국 관련 업무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의 변화와의 깊은 연계를 위한 중요한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며 "대화를 통해 긍정적 주변 국가 전략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와 중국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주입하고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주변국과의 외교 정책을 주로 논의하는 이번 회의는 2013년에 이어 12년 만에 열렸다.
미국의 관세 충격에 맞서 주변국과의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양국이 올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3%다.
이 같은 두 나라의 경제가 전면적인 무역 전쟁으로 인해 둔화하거나 혹은 침체기로 진입하게 되면 전 세계 경제는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