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이익보호 미완…당리당략 접어두고 입법 조속히 이뤄져야"
자산운용사 CEO "상법상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해야"
운용사CEO 만난 이복현 "보수인하경쟁 과열…책무등한시 점검""주주이익보호 미완…당리당략 접어두고 입법 조속히 이뤄져야"
자산운용사 CEO "상법상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율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9일 "최근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인하 경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운용의 기본인 펀드가격 산정에서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는 투자자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된 23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 중 모두발언에서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고 노이즈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운용사는 상품 운용과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운용사 자체적으로도 업무원칙과 내부 규율을 재정립해 투자자 믿음에 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날 우리 자본시장이 만성적인 증시 저평가, 기업실적 둔화 우려, 글로벌 관세전쟁 등 누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면서, 위기 돌파를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진해왔지만, 주주이익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핵심과제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다"면서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 등은 접어두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자에 대한 충실의무가 명시적으로 부여되지만,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대주주·임직원 사익 추구, 계열사 등 이해관계인에 치우친 의사결정 등 투자자 최우선 원칙을 훼손하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의결권 행사 모범과 미흡 사례를 적시하는 등 시장이 성실한 수탁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명확히 공개하겠다면서 CEO들도 조직 내 의사결정과 보상·평가체계 전반에 신탁(fiduciary) 의무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당부했다.
그는 "자산운용시장은 이미 국경을 넘어선 글로벌 경쟁터지만, 우리나라는 한국 시장만의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K-운용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절실한 만큼, 업계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펀드 운용규제 개선과 운용사 업무영역 확대 등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운용사가 출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자산운용사 CEO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상법상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이 필요하며, 도입 초기 대상은 상장사로 한정하더라도 그간 일반투자자 권익침해가 다양한 형태로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 원칙 중심의 대응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한국 증시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적 추진과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과 의결권 공시 강화를 위한 인센티브 부여, 중복상장 해소 장려책 등이 필요하다고 CEO들은 지적했다.
CEO들은 자산운용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펀드 가입 절차 간소화, 달러 등 외화표시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허용, 장기적립식·채권형 상품에 대한 세제상 혜택 부여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ETF 마케팅을 자제하는 등 자정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원장은 "자산 운용산업이 투자자 신뢰를 토대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제시한 의견은 향후 감독·검사업무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답변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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