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본격화한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부정선거 음모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같은 음모론이 자칫 대선 불복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법적 책임까지 묻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치러진 4·15 총선에 관한 '부정선거 음모론'은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물론 법원, 헌법재판소 등에서 근거 없는 주장으로 밝혀진 바 있다.
앞서 헌재는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에서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의혹 중에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접힌 흔적이 없는 투표지, 접착제가 묻어 있는 투표지, 투표관리관인 인영이 뭉개진 투표지 등 의혹이 제기돼 이미 검증·감정을 거쳐 법원 확정판결로 그 의혹이 해소된 것들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극우 유튜버를 중심으로 음모론은 여전히 재생산되고 있다. 이는 '이번 대선에서도 부정선거가 벌어질 것'이라는 등의 선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형사 처벌 등 엄정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 대선 불복 논란으로 번질 경우 또다시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이들에 대한 형사 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판례상 법원은 사전투표 조작설 등에 대해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왔다.
일례로 지난 2022년 서울고법은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사전투표의 허술함을 지적하며 조작이 가능한 것처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 선거인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할 자유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유튜버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사전투표 용지 식별번호가 임의 채번되지 않고 무작위로 부여돼 가짜 투표용지를 끼워 넣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표함 봉인·보관이 부실해 투표용지를 통째로 바꿔치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모두 허위라고 판단하면서 사전투표에 대한 부정선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4·15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도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거제도의 신뢰성·투명성에 관한 비판적 발언 중 일부에 사실과 부합하지 않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에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선거제도·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는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거제도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막음으로써 선거제도의 신뢰성·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회적 토론 기회를 봉쇄하고 오히려 선거제도·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도 부정선거 음모론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으나 형사적인 대응에는 소극적인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선관위는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대한 처벌 입법을 추진했으나 선관위 안팎에서 표현의 자유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선거,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이미 탄핵 정국에서 수없이 확인됐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처벌하는 것은 무리"라며 "현재로서는 선관위가 전방위로 의혹 해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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