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전격 유예한 가운데,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측 협상 주체를 만나 "관세 인하 등 특별한 대우를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장관급 정부 인사 중 '특별한 대우'를 미국 측에 요구했다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를 비롯해 트럼프가 한국, 일본 등 동맹을 우선해 협상에 착수하라고 밝히는 등 달라진 기류가 감지된다.
정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들과의 협상을 지시한 것과 관련해 미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를 접촉한 결과"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 8일 입국해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를 만났으며, 9일에는 상무부 윌리엄 키밋 국제무역 차관 내정자와 제프리 케슬러 산업안보국(BIS) 차관을 면담했다.
그는 "그리어 USTR 대표에게는 우리나라에 부과한 상호관세 및 철강·자동차 등 관세 조치에 대한 우리 입장을 설명하며 관세 인하 등 '특별한 대우'를 요청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키밋 상무부 차관 내정자와 케슬러 BIS 차관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미국의 자동차, 철강 등 품목 관세에 대한 우리측 우려를 전달하고 미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을 당부했다"라면서 "한미 간 경제안보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이 USTR, 재무부, 상무부 등이 연계해 한국과의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정 본부장은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덕수 대행과 통화하고 관세, 조선, 액화천연가스(LNG), 알래스카 합작투자, 방위비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혔다.
특히 트럼프는 한 대행과 통화 내용을 알리면서 '원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이라는 표현을 써, 주요 무역파트너와의 협상에서 관세뿐만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이나 대미 투자안 등을 일괄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효한 상호관세와 관련, 중국에 대해서만 관세율을 84%에서 125%로 상향한다고 밝히면서, 그 외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했다. 대신 5일부터 발효한 10% 기본관세는 그대로 유지한다.
정 본부장은 "우리나라에 대한 25% 상호관세는 유예됐으나, 여전히 기본관세 10%와 기타 자동차, 철강 등 다양한 미국의 관세 조치로 인해 업계의 우려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지시와 이번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로 형성된 모멘텀을 잘 살려서 한미 간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협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미국과의 협상은 단판 승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대화와 끈질긴 설득, 민관의 노력 등이 어우러져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을 대상으로 한 125% 관세로 인해 우리 기업이 대중 수출 및 풍선효과로 인해 우리의 제3국 수출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신속한 대미 협의 등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풍선효과는 미국의 관세로 수출이 어려워진 중국산 제품이 한국과 같은 이웃 국가를 비롯해 여타 국가로 값싸게 흘러 들어가는 상황을 의미한다.
한편, 우리 측 통상교섭본부장과 미 측 USTR 대표와의 만남은 약 1시간 정도 이뤄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상호관세 유예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히기 전에는 정부과 관련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했다.
또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과 관련해서는 그리어 USTR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 발언한 바와 같이 '곧'(very soon) 나오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답변을 했다.
아울러 미국 측의 USTR 외에 재무부와 상무부가 연계된 협상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도 그에 맞춰 협상 체제 구축을 준비한다.
특히 그리어 USTR 대표는 무역 협상에서 통상과 경제 안보를 연계해 논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고위 관계자는 "USTR은 미국의 경제 안보를 동맹국과 굳건히 하는데 관심과 정책적인 우선순위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면서 "수출 통제 또는 투자 심사 강화도 한미 간 논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125%에 상호관세 부과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100% 이상 관세가 부과되는 경우 미국과 중국 간 수출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는 매우 어렵지 않겠느냐고 본다"면서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에는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고위 관계자는 우려했다.
또 중국산 제품이 덤핑으로 한국 시장에 밀려 들어오는 상황도 예상됨에 따라 무역위원회를 통해 대비하고 있다고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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