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사천 크리스마스 살해' 피해자 엄마 "소중한 일상 유지되는 나라 되길"

뉴스1

입력 2025.04.10 11:55

수정 2025.04.10 11:55

'사천 크리스마스 살해 사건'의 10대 여성 피해자의 엄마 박모씨가 10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앞에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2025.4.10/뉴스1 한송학기자
'사천 크리스마스 살해 사건'의 10대 여성 피해자의 엄마 박모씨가 10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앞에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2025.4.10/뉴스1 한송학기자


(진주=뉴스1) 한송학 기자 = "봄이 왔건만, 엄마는 아직 차디찬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매일 그리운 우리 딸을 목 놓아 불러본다"

경남 사천에서 지난해 크리스마스 날 또래 남성에게 살해당한 10대 여학생의 엄마가 딸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로 전달했다.

50대 박 모 씨는 10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앞에서 열린 '사천 10대 여성 살해 사건' 엄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박 모 씨는 "이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닌 악몽을 꾸고 있다고 믿고 싶다"며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꽃다운 나이에 엄마 곁을 떠났다는 이 현실이 아직 믿기 어려워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부족한 엄마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고마운 딸, 엄마는 소중한 우리 딸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며 "딸이 떠난 지 석 달이 넘었는데 도대체 어른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목소리가 크면 관심을 가져주고 소리 없이 기다리면 한없이 방치하는 대한민국이 진정 내가 사랑하는 국가인가"라고 흐느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고 있으며 그럼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엄마의 무능함이 괴로워 지옥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렇게 호소하는 것뿐"이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그는 "그저 평범하고 소소한 삶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유는 국가와 사회가 내 노력에 부응하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 믿음의 근간은 대한민국 헌법에 있고 그 헌법은 개인의 고통 또한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모 씨는 "소중한 하루하루 일상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 노력의 대가를 누리는 것, 함께 살아가는 자유를 갖고 싶다"며 "일상에서 남, 여, 장애, 외모 등의 이유로 차별받거나 죽임을 당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자유를 갖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날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는 10대 여학생 B 양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10대 A 군의 첫 재판을 열었다.

검찰은 A 군에게 징역 20년과 위치추적과 전자장치 등 부착 명령 20년, 보호 관찰 명령 5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A 군은 지난해 12월 25일 사천시 사천읍의 한 아파트 도로에서 10대 B 양에게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