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국왕 최초 이탈리아 상하원서 연설
"'단테의 언어' 안 망쳤길"…좌중 박수
바티칸서 교황 회동 성사…쾌유 기원
![[런던=AP/뉴시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이탈리아 의회에서 "평화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라며 양국이 단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은 찰스 3세가 지난달 10일(현지 시간) 커밀라 왕비와 함께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연례 '영연방의 날' 기념 예배에 참석한 모습. 2025.03.11.](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10/202504101406005604_l.jpg)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이탈리아 의회에서 "평화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라며 양국이 단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찰스 3세는 9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에 나섰다.
찰스 3세는 "영국과 이탈리아의 깊은 우호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왔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적 불확실성 속에서 양국이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그 시대(제2차 세계대전)의 메아리가 대륙 전체에 울려퍼지고 있다"며 "청년들은 매일 뉴스를 보며 평화가 결코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과 이탈리아는 함께 공유하는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단결했다"며 "우리는 대륙의 다른 끝에 서 있고 여러 면에서 다르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차이점들이 잘 보완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외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의 전방위 관세 압박에 맞서 유럽 국가간 결속이 강화되는 시점에 이뤄진 찰스 3세의 이탈리아 국빈 방문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그의 연설은 10번지(총리실) 및 외무부와 긴밀히 협력해 작성됐다"며 "정부를 대표해 중요한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찰스 3세는 이날 이탈리아어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가 "제가 '단테의 언어(이탈리아에서 자국어를 가리키는 말)'를 망쳐서 다시 초대받지 못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농담을 건네자 좌중에서 큰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영국 국왕이 이탈리아 상·하원에서 연설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외국인을 통틀어서는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 후안 카를로스 전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 현 국왕에 이어 네 번째다.
한편 찰스 3세는 같은 날 오후 바티칸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찰스 3세의 바티칸 방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폐렴 투병으로 취소됐으나, 병세가 어느 정도 호전되면서 9일 오전 비공개 회동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에 따르면 찰스 3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쾌유를 기원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의 결혼 20주년을 축하했다.
찰스 3세는 이날 저녁 퀴리날레궁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 주최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그는 11일 라벤나 지역 해방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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