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 10만 그루 식재 미이행…감사원 "전반적으로 역량 부족"
전북도의 잼버리 부지 선정 '부적절'…계획서 부실 작성도 지적포플러 10만 그루 식재 미이행…감사원 "전반적으로 역량 부족"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총체적 부실 행사로 대한민국에 큰 불명예를 남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대회를 유치한 전북특별자치도도 일정 부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감사원은 전북도에 '부적절한 부지 선정'의 책임을 묻고 나무 식재,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스카우트 센터 위탁 미이행 등을 함께 지적했다.
감사원은 10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추진 실태 주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 여성가족부, 전북도 등 행사 추진 주체의 역량이 전반적으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중 전북도 책임의 시작은 새만금이 제25회 세계잼버리 개최지로 확정(2017년 8월)되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사원은 2015년 9월 제반 여건을 검토하지 않고 야영에 부적합한 부지를 잼버리 국내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새만금 잼버리를 치른 부지는 부안군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1지구다.
4만명이 넘는 156개국 청소년들을 수용하고도 남는 광활한 부지다.
그러나 새만금호와 인접해 부지 내부에 3개의 소하천이 흐르며 지반이 낮아 강한 비가 내리면 침수 가능성이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행사의 기본이 되는 부지에 매립이 필요한지 조차 검토하지 않았고, 매립 재원이 필요해지자 2017년 9월 정부에 농지관리기금 투입을 요청했다.
2017년 12월 새만금위원회는 시급성을 감안해 1공구를 농업용지로 일시적으로 바꿔 농지관리기금을 투입해 매립하되 잼버리 이후 다시 관광 레저용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도는 매립지에 그늘을 만들 포플러 10만 그루를 식재하고 스카우트센터를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위탁하기로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실제 새만금 잼버리 부지에 그늘이 없어 전 세계에서 모인 청소년들은 잼버리가 시작된 2023년 8월 1일부터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등 고통을 겪었다.
농지였던 야영지는 배수마저 제대로 되지 않아 한낮 폭염에 거대한 한증막으로 변하면서 청소년들의 '잼버리 엑시트(exit·퇴장)'를 부추겼다.
가장 많은 청소년을 파견한 영국이 8월 5일 퇴영을 결정했고 싱가포르, 미국 등이 차례로 야영지에서 짐을 쌌다.
잼버리 조직위는 남은 인원으로 대회를 이어갈 방침이었으나 8월 7일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남은 참가 대원들이 조기 철수를 결정하면서 잼버리는 끝내 불운한 운명을 맞았다.

아울러 전북도는 잼버리 부지를 2019년까지 개발하기로 한 전북개발공사의 계획이 2022년으로 늦춰졌는데도 2015년 9월 유치 신청서를 내면서 '2019년까지 야영지 개발과 시설 설치가 완료된다'고 적었다고 감사원은 강조했다.
또 새만금개발청이 직접 잼버리 부지를 개발하기로 한 사실이 없는데도 전북도는 개최계획서에 개발청 주관의 관광·레저용지 개발계획이 있다는 취지로 적은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후보지 검토 준비 소홀, 개최계획서 작성 업무 소홀 등을 이유로 공무원 2명에 대한 인사자료를 도지사에게 통보했다.
인사자료는 추후 관련자의 승진 등 신상 변경 때 참고 자료로 쓰인다.
새만금 잼버리가 안고 있던 문제는 이 밖에도 허다했다.
화장실·샤워장 부족과 비위생, 그늘막 부족, 의료시설 열악, 생수 부족 등이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은 전문성이 부족한 여가부 퇴직 공무원이 조직위 사무총장으로 선임됐고, 국제 행사 경험이 있는 조직위 직원의 비율이 6.3%에 불과한 점, 화장실·샤워실 설치와 관련한 여가부 장관의 허위 보고 등을 들어 주무 부처인 여가부와 조직위에 큰 책임을 물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이를 계기로 국제행사 운영 전반의 대응 체계를 점검하겠다"며 "향후 추진되는 국제행사의 운영 역량 또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